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 사회책임경영의 현주소와 갈 길’을 주제로 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싱크탱크 광장] ‘사회책임경영’ 좌담회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2012년 신년사에서 “미래좌표를 새롭게 설정하고 그룹 위상에 맞는 경제적,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해 여름, 법원으로부터 수백억원대의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징역 및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월24일 열린 다보스포럼 ‘한국의 밤’ 행사에서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연설했던 에스케이(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올해 다보스포럼에는 참석할 수 없게 되었다.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수감중이기 때문이다.
외형적 성장, 성공논리에 묻힌 사회책임경영
사회책임경영을 공표하는 기업이 늘어나지만, 그에 적합한 우수 기업 사례를 꼽기는 어렵다.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이 선언으로만 그치고 실제 경영에서 구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과 방안을 찾기 위해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지난 15일 ‘한국 사회책임경영의 현주소와 갈 길’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곽정수 <한겨레> 경제부 선임기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경영자의 인식이 성숙하지 않았다. 한국처럼 의사결정구도가 최고경영자에게 독점화된 시스템에서는 많은 문제점이 도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협력사 가격 후려치기로 문제가 되었던 담당임원이 이듬해 승진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영면 동국대 교수(경영학)도 “우리 사회는 성공논리에 매여 있다”며 “기업을 책임지는 경영자의 삶과 기업이 가야 하는 길이 합치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기업이 실적으로 평가받는 분위기에서 사회책임경영도 보이는 부분에만 신경을 쓰고, 내부의 윤리나 준법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전민구 영국표준협회 이사는 기업 경영 전략에 사회책임경영이 통합되고 있지 않은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2003년부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가 발간되어 지금은 기업 및 기관을 포함해 100개가 넘는 보고서가 나온다. 그런데도 임원 평가에 사회책임경영 요소가 들어 있는 국내 기업은 거의 없다.
피앤지(P&G)의 ‘오픈 이노베이션’이나 지이(GE)의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같이 사회책임경영을 바탕으로 한 뚜렷한 경영 사례도 아직 없다. 이는 경영진이 사회책임경영을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보여주기식 사회책임경영을 경계했다.
협력사 가격 후려친 임원 승진
경영자 삶과 기업의 길 불합치
임원평가 CSR 요소 반영해야
외부의 지속적 모니터링 필요 경영자와 이해관계자 모두 인식 낮아 참석자들은 사회 전반의 낮은 인식도 기업의 외형적 사회책임경영의 한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민석 엘지전자 시에스아르(CSR)팀장은 “지난해 밀어내기 등의 불공정거래 관행으로 일부 기업이 곤란을 겪었다. 당시엔 매출도 줄고 주가도 떨어졌다. 하지만 몇 개월 후 매출이 회복되었다는 보도를 접했고, 주가도 현재 회복세다. 기업에 대한 외부의 사회적 모니터링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신태중 좋은기업센터 팀장도 1990년대 아동노동이 문제가 되었던 나이키의 사례를 예로 들며 “나이키처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개발도상국에서의 인권과 노동권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진정성 있게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에서 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비정규직 이슈 등은 큰 문제인데 기업들이 이에 대해 언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부적 인식도 문제지만 기업 외부의 인식, 즉 사회적 압박이 덜 성숙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나이키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나이키는 과거 개발도상국의 아동노동 이슈로 인해 전세계적인 불매운동과 시민단체의 강한 항의로 큰 위기를 겪었다. 이후 나이키는 공급망의 노동 조건이나 인권, 환경 영향 등 사회·환경적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공급망 관리에 철저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례이기도 하지만, 그 바탕에는 이해관계자들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개선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사회적 압력 필요 참석자들은 기업에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사회가 ‘사회책임경영을 해야만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신태중 팀장은 “기업이 진정성 있는 사회책임경영으로 접근하도록 사회적 압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뿐만 아니라 기업이 사회와의 관계에서 적극적으로 바뀌는 것도 중요하고,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기업과 사회 모두의 변화를 촉구했다. 곽정수 선임기자는 기업의 윤리나 준법에 대해 “재벌 총수들에 대한 정부의 봐주기 관행들이 개선되면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민석 팀장은 “기업은 왜 사회책임경영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기업 스스로 이에 대한 원칙이 없다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민구 이사는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자체적인 슬로건이나 캠페인이 명확해야 한다. 그에 따라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전 직원을 교육해야 한다. 임원 평가에 사회책임경영 요소를 반영하고 이사회에서 관련 논의가 다루어져야 한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는 잘못했던 일도 다루어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담회를 마무리하며 곽정수 선임기자는 “최근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사회 전체의 대타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회와 기업 간에 신뢰가 있어야 한다. 신뢰는 사회책임경영의 적극적 실천에서 나온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y.yang@hani.co.kr
신뢰 자본, 위기에 강하다
2013년 국제여론조사기관 글로브스캔의 26개국 사람들의 대기업 신뢰도 조사를 보면, 한국인의 대기업 신뢰도가 가장 낮았다. 재정파탄과 경제위기를 겪었던 스페인, 칠레, 멕시코보다 낮았다. 반면, 전경련이 발표한 2012년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비중은 세전이익 대비 3.58%로 선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기업의 사회공헌 비용은 늘어나는데 국민의 기업 신뢰도는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기업과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관계, 즉 기업의 신뢰자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회책임경영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뢰자본이란 기업과 사회 구성원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신뢰를 무형의 자본으로 나타낸 것이다. 사회자본으로 대표되는 신뢰자본에 대한 연구는 많은 학자들이 진행해왔지만, 2011년 에덜먼의 기업신뢰도 연구는 기업 측면에서 신뢰자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 연구 결과는 소비자가 신뢰도 높은 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보보다 긍정적 정보에 훨씬 능동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뢰자본의 유무에 따라 소비자의 태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 사례에서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대 존슨앤존슨은 타이레놀에 투입된 독극물로 인명 피해가 나자 수천억원이 넘는 비용을 쓰며 신속하게 제품의 전량회수와 구매금지 홍보를 실시했다. 존슨앤존슨의 신속한 대응과 진정성 있는 태도는 언론과 소비자의 신뢰를 얻었고, 나아가 윤리경영의 선두기업으로 인정받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19세기 초 윤리강령을 선언해 오랫동안 윤리경영을 실천한 존슨앤존슨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신뢰, 바로 신뢰자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화폐자본과 같은 물리적 자본과는 달리 신뢰자본은 단기간에 많은 양을 축적하기 어렵다. 사회책임경영 개념이 도입된 지 십여년이 흐른 지금, 한국 기업들도 장기적 안목을 갖고 사회책임경영을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사회책임경영의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장기적으로 신뢰자본을 구축할 것을 한국 기업은 요구받고 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kpark@hani.co.kr
교육은 지속적인 경험의 축적 과정 최근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사회적 경제 인재 육성에 대한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한겨레경제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기관이 사회적 경제 인재 육성 로드맵, 사회적 경제 전문가 교육과정 개발 등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회적 경제 분야의 꽤 많은 사람을 만나 ‘교육’을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기본 전제는 동의하지만 교육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 역시 상당했다.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교육으로 사람을 키울 수 있는가? 현장과 밀착해야 한다. 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사회적 경제에서 교육은 사람 간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형식에 불과하다. 어떤 내용을 가르치는가는 핵심이 아니다”, “우리를 누가 교육할 수 있는가? 그럴 만한 사람이 있는가?” 등이 그것이다. 초·중·고교를 비롯해 대학까지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과장하면 전국민이 교육에 대해서만큼은 반전문가로서 저마다의 식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학교가 교육을 독점해버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학교에서 받았던 정형화된 ‘제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학교라는 공간을 떠나 교육을 논할 때조차 교육은 누군가에게서 의도적으로 가르침을 받는 활동이며, 시작과 종료가 있고, 교육과 다른 활동 간에 분명한 구분이 있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그 안에서 교육은 따로 공간을 마련하고 모여서 수업을 받거나 모종의 활동에 전념하는 활동일 뿐이다. 학교의 상징성이 교육을 독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우리가 교육에 관해 다른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교육을 처음과 끝이 없는 ‘과정’의 연속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특정 교육 프로그램을 받고 나서 우리가 성장했는가를 되돌아볼 때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에 깊이 연루되어 소속감을 느끼는 순간이나, 새로운 일이나 어려운 도전에 봉착했을 때, 혹은 누군가의 이야기로 갑작스럽게 뭔가를 깨닫는 순간, 우리가 성장했다는 것을 느낀다. 조직경영분야 전문가인 에티엔 벵거 박사는 이런 현상을 일종의 화산 폭발에 비유한다. 화산 폭발은 지각 내부의 지속적인 운동이 겉으로 드러난 결과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이런 경험은 암묵적이고 지속적인 경험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표출된 결과라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속적이고 암묵적인 경험의 ‘과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 ‘과정’ 속에 가르침과 배움의 연쇄로서 ‘교육’의 본래적인 의미를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조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
경영자 삶과 기업의 길 불합치
임원평가 CSR 요소 반영해야
외부의 지속적 모니터링 필요 경영자와 이해관계자 모두 인식 낮아 참석자들은 사회 전반의 낮은 인식도 기업의 외형적 사회책임경영의 한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민석 엘지전자 시에스아르(CSR)팀장은 “지난해 밀어내기 등의 불공정거래 관행으로 일부 기업이 곤란을 겪었다. 당시엔 매출도 줄고 주가도 떨어졌다. 하지만 몇 개월 후 매출이 회복되었다는 보도를 접했고, 주가도 현재 회복세다. 기업에 대한 외부의 사회적 모니터링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신태중 좋은기업센터 팀장도 1990년대 아동노동이 문제가 되었던 나이키의 사례를 예로 들며 “나이키처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개발도상국에서의 인권과 노동권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진정성 있게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에서 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비정규직 이슈 등은 큰 문제인데 기업들이 이에 대해 언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부적 인식도 문제지만 기업 외부의 인식, 즉 사회적 압박이 덜 성숙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나이키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나이키는 과거 개발도상국의 아동노동 이슈로 인해 전세계적인 불매운동과 시민단체의 강한 항의로 큰 위기를 겪었다. 이후 나이키는 공급망의 노동 조건이나 인권, 환경 영향 등 사회·환경적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공급망 관리에 철저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례이기도 하지만, 그 바탕에는 이해관계자들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개선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사회적 압력 필요 참석자들은 기업에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사회가 ‘사회책임경영을 해야만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신태중 팀장은 “기업이 진정성 있는 사회책임경영으로 접근하도록 사회적 압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뿐만 아니라 기업이 사회와의 관계에서 적극적으로 바뀌는 것도 중요하고,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기업과 사회 모두의 변화를 촉구했다. 곽정수 선임기자는 기업의 윤리나 준법에 대해 “재벌 총수들에 대한 정부의 봐주기 관행들이 개선되면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민석 팀장은 “기업은 왜 사회책임경영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기업 스스로 이에 대한 원칙이 없다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민구 이사는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자체적인 슬로건이나 캠페인이 명확해야 한다. 그에 따라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전 직원을 교육해야 한다. 임원 평가에 사회책임경영 요소를 반영하고 이사회에서 관련 논의가 다루어져야 한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는 잘못했던 일도 다루어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담회를 마무리하며 곽정수 선임기자는 “최근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사회 전체의 대타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회와 기업 간에 신뢰가 있어야 한다. 신뢰는 사회책임경영의 적극적 실천에서 나온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y.yang@hani.co.kr
>>> 참석자 명단
• 사회 :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 참석자(가나다순) : 곽정수 <한겨레> 선임기자, 김민석 엘지전자 CSR 팀장, 신태중 좋은기업센터 팀장, 이영면 동국대학교 교수, 전민구 영국표준협회(BSI) 이사 >>> 용어해설 오픈 이노베이션
피앤지의 특허와 기술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외부 이해관계자의 창의력을 연계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피앤지는 글씨가 새겨진 감자칩, 청소 스펀지 등을 개발하여 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통해 제품과 프로세스의 혁신을 가져오는 선순환의 좋은 예로 꼽힌다. 에코매지네이션
생태(Ecology)와 상상력(Imagination)을 합친 용어로, 인류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기술력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지이의 친환경 사업 전략이다. 2005년부터 탄소 발생량 감축, 신재생에너지 부문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비용 절감은 물론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 개발로 연결하고 있다.
• 참석자(가나다순) : 곽정수 <한겨레> 선임기자, 김민석 엘지전자 CSR 팀장, 신태중 좋은기업센터 팀장, 이영면 동국대학교 교수, 전민구 영국표준협회(BSI) 이사 >>> 용어해설 오픈 이노베이션
피앤지의 특허와 기술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외부 이해관계자의 창의력을 연계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피앤지는 글씨가 새겨진 감자칩, 청소 스펀지 등을 개발하여 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통해 제품과 프로세스의 혁신을 가져오는 선순환의 좋은 예로 꼽힌다. 에코매지네이션
생태(Ecology)와 상상력(Imagination)을 합친 용어로, 인류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기술력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지이의 친환경 사업 전략이다. 2005년부터 탄소 발생량 감축, 신재생에너지 부문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비용 절감은 물론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 개발로 연결하고 있다.
교육은 지속적인 경험의 축적 과정 최근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사회적 경제 인재 육성에 대한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한겨레경제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기관이 사회적 경제 인재 육성 로드맵, 사회적 경제 전문가 교육과정 개발 등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회적 경제 분야의 꽤 많은 사람을 만나 ‘교육’을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기본 전제는 동의하지만 교육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 역시 상당했다.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교육으로 사람을 키울 수 있는가? 현장과 밀착해야 한다. 교육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사회적 경제에서 교육은 사람 간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형식에 불과하다. 어떤 내용을 가르치는가는 핵심이 아니다”, “우리를 누가 교육할 수 있는가? 그럴 만한 사람이 있는가?” 등이 그것이다. 초·중·고교를 비롯해 대학까지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과장하면 전국민이 교육에 대해서만큼은 반전문가로서 저마다의 식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학교가 교육을 독점해버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학교에서 받았던 정형화된 ‘제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학교라는 공간을 떠나 교육을 논할 때조차 교육은 누군가에게서 의도적으로 가르침을 받는 활동이며, 시작과 종료가 있고, 교육과 다른 활동 간에 분명한 구분이 있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그 안에서 교육은 따로 공간을 마련하고 모여서 수업을 받거나 모종의 활동에 전념하는 활동일 뿐이다. 학교의 상징성이 교육을 독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우리가 교육에 관해 다른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교육을 처음과 끝이 없는 ‘과정’의 연속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특정 교육 프로그램을 받고 나서 우리가 성장했는가를 되돌아볼 때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에 깊이 연루되어 소속감을 느끼는 순간이나, 새로운 일이나 어려운 도전에 봉착했을 때, 혹은 누군가의 이야기로 갑작스럽게 뭔가를 깨닫는 순간, 우리가 성장했다는 것을 느낀다. 조직경영분야 전문가인 에티엔 벵거 박사는 이런 현상을 일종의 화산 폭발에 비유한다. 화산 폭발은 지각 내부의 지속적인 운동이 겉으로 드러난 결과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이런 경험은 암묵적이고 지속적인 경험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표출된 결과라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속적이고 암묵적인 경험의 ‘과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 ‘과정’ 속에 가르침과 배움의 연쇄로서 ‘교육’의 본래적인 의미를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조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