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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마힌드라 1조원 투자” 청와대 발표의 무리수

등록 2014-01-19 23:40

‘쌍용차의 최대주주 마힌드라가 1조원 규모의 한국 투자를 약속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도를 국빈 방문한 다음날인 18일 국내 언론들이 전한 기사의 제목이다. 이런 기사들은 “마힌드라가 신제품 개발과 고용 증대 등을 위해 쌍용차에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한 청와대의 17일(현지시각) 보도 참고자료(마힌드라 회장 면담 주요내용)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청와대가 낸 자료에는 마힌드라 회장이 “쌍용차를 미국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키는 데 있어 한국 브랜드(메이드 인 코리아)를 적극 활용하여 추진”할 것이며 “구체적으로 현재 쌍용차의 미국 진출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에 일부 언론들은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투자 요청에 아난드 회장이 화답했다”며, ‘세일즈 외교’의 성과로 평가하기도 했다.

5225억원을 들여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가 새롭게 1조원을 투자한다면 대단히 반갑고 큰 뉴스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내용이 아닐 뿐더러, 사실과도 다르다. 마힌드라 회장이 밝힌 투자 계획은 이미 2년 전부터 수차례 밝혀온 것인데다, 투자의 주체도 마힌드라가 아니라 쌍용차이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미국(선진) 시장 진출은 브랜드 인지도가 약한 마힌드라가 쌍용차 인수 때부터 염두에 둔 계획이었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인도 방문 실적을 부풀렸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마힌드라는 이미 2012년 델리모터쇼에서 한국 언론과 기자간담회를 열어 “쌍용차가 1조원을 들여 3~4개 차종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쌍용차는 2000억원대의 1차 투자 계획도 승인을 받고 지난 2년동안 신차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유상증자로 800억원을 투자한 마힌드라는 앞으로 쌍용차에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자동차·농기계부문 사장은 지난해 8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투자 자금은 쌍용차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본사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5일자 쌍용차의 노조 소식지는 마힌드라가 직접적인 투자에는 선을 긋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소식지에 따르면, 김규한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11월28일 마힌드라 회장과 고엔카 사장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투자를 누가 할 것인지 명확히 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나온다. “쌍용차에서 이익이 발생되면 투자하겠다고 3번이나 강조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마힌드라가 투자한다)이 달라 즉각 정정기사를 요구했고, 이는 정정됐다”는 게 고엔카 사장의 공식적 답변이었다. 신차 개발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쌍용차가 앞으로 돈을 벌어 직접 해야 하는 것이지 마힌드라가 새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쌍용차가 앞으로 국내에서 차를 많이 팔아 돈을 벌었을 때 투자하겠다고 한 것을 마치 마힌드라가 새로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전한 것은, 대통령의 인도 방문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게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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