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통해 엠코 지분율 16.4%로 낮춰
이노션·삼우도 매각 등으로 조정해
회사쪽 “기업 성장위한 전략” 설명
전문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
‘상법 등 개정으로 허점 보완’ 지적
이노션·삼우도 매각 등으로 조정해
회사쪽 “기업 성장위한 전략” 설명
전문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
‘상법 등 개정으로 허점 보완’ 지적
현대자동차그룹이 계열사 합병과 외자 유치 등을 통해 총수 일가 지분 및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것을 두고,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분석과 함께 2월14일부터 시행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법의 허점 탓에 가능한 것으로, 상법 개정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대차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혐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 결의로 엠코의 총수 일가 지분율이 16.4%로 떨어지게 됐다. 회사 쪽은 “건설부문 계열사의 공종별 전문화 및 사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하는 등 2025년까지 글로벌 10위권의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합병 이유를 설명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다음달 시작될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을 회피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재벌 총수 일가의 부당한 사익 추구를 막기 위해,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공정거래법을 다음달 14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엠코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5.6%(정의선 부회장 25.6%, 정몽구 회장 10%)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었으나, 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통해 지분율을 16.4%로 낮춰 이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특히 올해부터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부과 기준이 내부거래 매출 비중 30%에서 15%로 대폭 강화되는 가운데, 두 회사의 합병으로 현대차그룹 총수 일가는 증여세 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엠코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208개)인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내부거래 금액이 두번째로 높은 회사였다. 2012년 기준 내부거래 금액은 1조7588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61.19%를 차지했다. 그러나 합병 법인인 현대엔지니어링은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4%대에 불과해, 합병 후 내부거래 비중이 37.6%로 낮아지게 된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 대상 계열사가 12개나 되는 현대차그룹에선 지난해 말부터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내부거래가 전체 매출액의 48.76%(2005억원)를 차지하는 비상장 광고 계열사 이노션도 그 중 하나다. 총수 일가의 지분이 100%(맏딸 정성이 고문과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40%, 정몽구 회장 20%)였던 이노션의 경우, 정몽구 회장의 ‘재산 사회 환원’ 약속 이행이란 명분 아래 무상 증여(정몽구재단 10%)와 매각(스틱인베스트먼트 10%)으로 총수 일가의 지분을 80%로 낮췄다.
정몽구 회장의 셋째 사위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25%)과 신 사장의 세 자녀(각각 6.58%)가 지분 50%를 보유했던 삼우는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오너 일가 지분율을 낮추고 있다. 삼우는 지난달 정책금융공사 자금으로 조성된 사모펀드(PEF)인 ‘케오에프시 큐시비-아이비케이시(KOFC QCB-IBKC)프런티어챔프’로부터 320억원의 투자(유상증자,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 방식)를 받으며,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39.48%로 낮췄다. 현대하이스코와 현대제철에서 원재료를 사들여 만든 자동차 휠 등을 현대·기아차 등에 납품하는 삼우의 내부거래 비중은 87.99%(7784억원)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및 과세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올해 상반기 집중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기존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해소하기보다는 신규 일감 몰아주기를 막는 쪽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기업들이 법망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건 예견됐던 일”이라며, “이중대표 소송제 등 견제 장치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공정거래법 등의 법적 미비점을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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