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64) 사장(기술부문장)
16일 열린 이사회 만장일치로 결정
정준양 고교 2년 후배…‘의외 선택’
민영화 이후 내부승진 전통 이어져
둔화된 성장동력 일으킬 임무 맡아
영업 등 안 거쳐 우려 목소리도
3월 주주총회 거쳐 공식 취임
정준양 고교 2년 후배…‘의외 선택’
민영화 이후 내부승진 전통 이어져
둔화된 성장동력 일으킬 임무 맡아
영업 등 안 거쳐 우려 목소리도
3월 주주총회 거쳐 공식 취임
포스코 차기 회장으로 ‘철강 전문가’ 권오준(64·사진) 사장(기술부문장)이 내정됐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내부 인사가 최고경영자를 맡는 전통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 권오준 회장 내정자는 세계적인 철강 공급 과잉으로 성장 동력이 약화된 포스코를 다시 일으켜 세울 임무를 맡게 됐다.
포스코는 16일 이사회를 개최해 권오준 사장을 최고경영자 후보인 사내이사 후보로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이사회는 15일 시이오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회장 후보자 5명에 대해 면접 등 자격심사를 했다. 내부 의견이 갈리면서 추천위는 16일 권오준 사장 등 2명의 후보를 추가 면접을 한 뒤 최종 후보로 권 사장을 확정했다.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향후 기술과 마케팅의 융합을 통해 철강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고유기술 개발을 통한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 엔진을 육성하는 등 포스코 그룹의 경영쇄신을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권 내정자는 3월14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포스코 회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권 내정자는 이번 차기 회장을 뽑는 과정에서 의외의 인물로 꼽힌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11월 사의를 밝힌 뒤 사내외 많은 이들의 이름이 나왔지만, 그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15일 권 사장이 회장 후보 5인 안에 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포스코 내부에서도 “의외다”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포스코 고위 임원은 “권오준 사장은 연구를 열심히 한 학자형으로 철강기술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권 내정자는 경북 영주 출신으로 서울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고교 2년 후배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권 내정자는 피츠버그대 금속공학과(박사)를 졸업한 뒤 1986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으로 포스코에 입사했다. 포스코 기술연구소장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등을 거친 정통 철강기술 전문가다.
철강 전문가를 새 사령탑으로 발탁한 포스코는 현재 녹록하지 않은 경영 환경에 직면해 있다. 먼저 철강 경기가 좋지 않다. 중국 철강사들이 공급을 계속 늘리는 등 세계 철강 시장은 공급과잉으로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국내 시장 역시 현대제철이 성장하면서 독점적인 위치도 사라졌다. 2010년 15%를 넘겼던 포스코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포스코 그룹의 내실도 다져야 한다. 포스코는 현 정준양 회장의 재임 시절 대우인터내셔널과 성진지오텍 인수 등 계열사를 늘리면서 가지고 있던 현금을 많이 소진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2012년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낮추었고, 피치도 지난해 12월 기존 ‘BBB+’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조정한 바 있다.
권 내정자가 정통 기술인력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회사 안팎에선 우려도 나온다. “현재는 돈이 없어서 벌려놓은 사업을 크게 정비해야 할 때”(포스코의 한 임원)라는 데 대체로 공감대가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권 내정자는 포스코에서 영업과 재무 등 기업의 핵심 부문을 거치지 않았다. 전임 이구택 회장과 정준양 회장이 거쳤던 제철소장도 맡은 적이 없다. 포스코는 “권 내정자가 유럽사무소장 등의 경험을 해 국외 철강사 네트워크와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권 내정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포스코 전 임직원들의 힘을 모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이끌어 우리 국민들이 자랑하는 기업으로서 위상을 굳건히 해 나가는 데 진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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