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새누리당 김태흠(왼쪽부터), 김무성 의원과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 이윤석 국토교통위 간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 구성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합의안에는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22일째 파업중인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복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철도파업 철회] 노-정 ‘얻은 것’과 ‘잃은 것’
박근혜 정부는 국민 신뢰 잃어
노사민정 협의기구 구성했지만
정부 진정성 없으면 유명무실
철도노조-코레일 갈등 해결과제
시민사회 역할 못했다는 의견도
박근혜 정부는 국민 신뢰 잃어
노사민정 협의기구 구성했지만
정부 진정성 없으면 유명무실
철도노조-코레일 갈등 해결과제
시민사회 역할 못했다는 의견도
22일 동안 진행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파업이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국회 차원의 논의기구는 구성됐지만, 결과물이 어떻게 도출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부와 코레일은 여전히 ‘법과 원칙대로’를 외치고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냉정히 평가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시민사회와 전문가 그룹에서는 철도 파업을 계기로 국회 안에 구성된 노사민정 협의기구 자체를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먼저 나왔다. 여야 정치적 논쟁에 그치지 않도록 전문가와 철도노조가 함께 참여하는 형태에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사회공공연구소의 김철 연구원은 “정부 주도로 구성됐던 노사정 위원회가 사실상 들러리 기구였던 점을 생각하면, 노동 현안에 대해 여야와 정부, 노동자, 전문가가 함께 머리를 맞댄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장이 구성됐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런 표면적인 성과와는 다른 분위기도 읽힌다. 정부와 보수언론의 강경 드라이브가 이어지면서, 파업 동력이 약해진 철도노조가 마지못해 선택한 결과물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과 정부가 논의기구에서 진정성 있는 대화를 거부할 경우, 이름뿐인 ‘노사민정 협의기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이날 국토부 관계자는 “입법부가 장기적인 철도발전방안을 논의한다는 점은 존중하나, 삼권분리 취지에 반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요구한다면 이는 행정부로서는 받을 수 없다”며 “행정부는 행정부의 원칙과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와 코레일 사쪽은 여전히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강경 노선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모양새다.
이번 철도노조 파업을 통해 민영화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새롭게 부각된 것은 노조 쪽의 큰 성과로 꼽힌다. 다수 전문가들은 노조파업에 의해 국민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한 사실을 새롭게 평가했다. 아주대 최희갑 교수(경제학)는 “단일 노동조합이 일으킨 파업에 의해 민영화 전반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형성됐다는 점에서 놀라웠다”며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반대가 주된 동력이었다면, 이번에는 파업을 중심으로 여론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오건호 연구위원도 “파업 국면의 출구를 국회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국회가 정치적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히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국회 움직임을 만든 것은 국민 여론이었고, 그 여론이 촉발된 구심점은 분명 철도노조 파업에 있었다”고 말했다.
철도파업 기간에 잃은 것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의 신뢰 상실’을 먼저 꼽았다. 사회공공연구소의 박흥수 객원연구위원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민영화가 아니라고 밝혔음에도 국민 다수가 이를 공감하지 못한 사실을 정부는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와 코레일 사쪽의 갈등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국토부 강권에 따른 것으로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는 보이나, 사쪽이 너무 일방적인 강경 드라이브를 걸었다”며 “코레일 사쪽은 여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무교섭에 나서지 않고 징계에 나서는 등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철도노조는 업무복귀 뒤에도 현장투쟁을 통해 사쪽의 대응에 대해 문제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건호 연구위원은 “지난여름부터 수면 위로 올라선 철도 민영화 움직임에 시민사회와 야당이 파업 이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제 미완의 상태로 2라운드에 들어선 철도 민영화 논란에 대해, 야당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 세력과 전문가들이 보다 꼼꼼히 비판하고 공론화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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