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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부·일부 언론, 코레일 방만경영 강조하려 왜곡·과장

등록 2013-12-27 20:17수정 2013-12-30 15:56

“생산성 낮다”→1인당 수송량 5위
“서비스질 낮다”→정시운행률 99%
“왜곡 주장해 불신 부추겨” 비판
정부와 보수언론이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관련 통계를 왜곡하거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철도노조에 ‘귀족 노조’ 이미지를 덧씌우고 코레일의 방만경영을 강조하는 것들인데, 파업의 정당성을 깎아내리기 위해 ‘신뢰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코레일 인건비 비중에 대해 정부는 통계의 착시를 이용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대국민 담화에서 코레일의 인건비 구조를 방만 경영의 대표적인 예시로 꼽았다. 현 부총리는 “철도공사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는 47.5%(2012년)로 외국 철도회사(30% 내외)보다 대단히 높다”며 “신의 직장이고, 철밥통이라는 국민들의 비난이 과장이 아닌 셈”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또 국토교통부는 보도자료에서 “코레일의 평균 연봉은 7000만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제철도연맹이 2009년 산출한 철도산업의 국가별 노동생산성 자료를 보면, 코레일은 여객수송량에서 1.02(백만인㎞/1인)를 기록하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나라들 가운데 5위의 노동생산성을 보였다. ‘백만인㎞/1인’은 운행거리와 승객의 숫자를 곱해 연간 발생한 여객수송 총계를 직원 숫자로 나눈 단위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화물운송량을 합산해도 코레일의 노동생산성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나라들 가운데 12위를 차지했다. 정부가 선진철도의 모델처럼 제시한 독일(20위)·프랑스(19위) 등 유럽의 철도기업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수송인원과 화물량을 대입하지 않은 순수 운영거리 측면에서도(2011년 기준) 코레일은 직원 1인당 연간 4400㎞를 운행해, 독일의 3800㎞보다 길었다.

국내 철도·지하철 시장에서도 코레일의 노동생산성은 나쁜 편이 아니다. 2010년 국토교통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철도산업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연구’를 보면, 코레일 광역철도는 1㎞ 당 11명의 직원수를 두고 있으며 인건비는 18억24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사업자가 운용하고 있는 서울 지하철 9호선이 1㎞ 당 21명 직원에 인건비 24억5500만원을 사용하는 것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건 운영과 시설이 분리된 국내 철도산업 구조의 영향이 크다. 현 부총리의 발언대로 영국과 독일, 일본 등 각국 철도기업의 인건비 비중은 전체 운영비의 30% 남짓이다. 인건비 비중만 놓고 따지면, 코레일의 인력구조가 비대하다는 지적이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이는 엄격한 ‘상하분리’로 운영되는 한국철도의 특성을 무시한 발언이다. 일본·독일 등은 철도시설(한국철도시설공단)과 운영(코레일)을 일괄하는 ‘상하통합’으로 운영된다. 시설 유지관리 비용과 매출이 발생하는 ‘상하통합’ 시스템에 비해, 순수 운영을 담당하는 ‘상하분리’ 시스템의 인건비 비중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는 게 철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 부총리는 코레일의 서비스 수준도 낮다고 혹평했다. 현 부총리는 “코레일은 잦은 고장과 운행 지연으로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불안감을 심어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경영 및 공공 서비스 평가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레일은 그간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양호’(B)와 ‘보통’(C) 등급을 받아왔으며, 지난해 기준 정시 운행율은 97%(케이티엑스 99%)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코레일은 지난해 국제철도연맹(UIC) 전체총회에서 ‘안전분야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 부총리는 철도노조 파업의 피해를 “1조원에 이른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파업의 직접 피해자인 코레일은 77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상태고, 철도를 물류수단으로 이용하는 시멘트 업계의 손해도 1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소 김철 연구원은 “지금 파업 장기화의 바탕에는 정부 정책의 ‘신뢰의 위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철도 민영화가 아니라고 윽박지르거나 철도 노조를 욕보이는 방식만으로는 철도 민영화를 우려하는 국민들의 여론을 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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