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사회적 경제도 역발상과 과감한 도전이 필요”

등록 2013-12-09 19:41

벽화작가 이현준(오른쪽)씨가 밑그림을 그리는 동안 페인트통은 밥상이 되었다.
벽화작가 이현준(오른쪽)씨가 밑그림을 그리는 동안 페인트통은 밥상이 되었다.
[싱크탱크 광장]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포럼
대안적 경제·사회 발전모델을 추구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제4차 사회적경제포럼이 인천의 한 황량한 재개발 예정지를 찾아가 열렸다. 발상을 바꾼 도시재생의 현장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었을까?

인천시 남동구 도원역 3번 출구로 나와 언덕 위로 거미줄 같은 골목을 오르다 보면 우각로 122번길을 만날 수 있다. 화려한 파스텔 색채의 벽화와 허물어지기 직전의 집들이 묘한 대비를 이루는 길이다. 지난달 21일 찾아간 122번길 어느 벽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 동네에 사는 벽화작가 이현준씨가 벽화를 위한 밑그림을 준비하자 집주인이 떡볶이 등 먹을거리를 내놓아 양지바른 담장 아래 작은 마을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문화예술인 30여명이 ‘우각로문화마을’이라는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이 마을에 들어왔던 2년 전만 하더라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오은숙 사무국장은 “재개발을 앞두고 늘어나는 빈집에 무료로 작업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에 덜컥 들어왔다”며 “하지만 주민들은 ‘당신들 때문에 재개발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며 싸늘한 시선을 던졌다”고 회고했다. 얼어붙은 관계는 우연히 봄눈 녹듯 풀렸다. 집 주변이 하도 지저분해 ‘좀 나아질까?’ 싶어 그렸던 벽화가 주민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옆집에 사는 이씨가 ‘그리는 김에 우리 집도 칠해 달라’고 말을 걸어오고, 쓰레기 무단 투기·방화·절도가 줄어들었다. 마을 분위기가 밝아져 ‘더는 고등학생 딸을 마중 가지 않아도 돼 고맙다’는 감사인사도 받았다. 골목을 따라 마을카페, 행복도서관, 도예공방, 목공예실 등 9곳의 공동 문화공간이 생겨났다.

도예공방 ‘자기랑’ 유은정 사업부장은 “이 마을에 빈집이 없을까 계속 찾다 지난해 12월에야 입주했다”며 “평온하고 조용해서 좋고, 골목 곳곳에 우리 아이들과 놀아줄 친구들이 있어 마음에 쏙 든다”고 했다. 오은숙 사무국장은 “처음에 호기 좋게 예산 지원 없이 시작했다 호되게 당했다”며 “도예공방은 최소한의 경비는 스스로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도예공방 외에도 무대장치 보관·임대사업장인 알스테이지(R-stage)와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하고 있다. 우각로문화마을은 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 10월 행복창작소 협동조합도 별도로 설립했다. 주민 2명 등 10명이 조합원으로 출자했다.

제4차 사회적경제포럼이 알렌 별장터로 유명한 전도관 건물에서 열렸다.
제4차 사회적경제포럼이 알렌 별장터로 유명한 전도관 건물에서 열렸다.

재개발 앞둔 인천 우각로 마을
예술인들 벽화로 주민 사로잡아
마을카페 등 공동 문화공간 마련
‘행복창작소’ 협동조합 설립해
사람 냄새 풍기는 마을로 재생

마을 토박이인 연태성 우각로문화마을 대표 겸 행복창작소 협동조합 이사장은 “이 동네에서 하도 어렵게 살아 재개발되기만 기다렸는데, 문화예술인들과 어울리다 보니 고향에 대한 애착심과 꿈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며 “매일 아침이 기다려지는 기대감을 다른 주민과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언덕 꼭대기에는 1884년 의료선교사로 방한해 주한 미국공사를 지낸 알렌의 별장터에 지은 전도관 건물이 있다. 역시 재개발 예정지라 황량한 이곳에서 전국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회장 임정엽 완주군수) 제4차 사회적경제포럼이 이날 열렸다.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은 “사회적경제포럼이 아니면 이런 곳에서 행사를 열 수가 없었을 것”이라며 “사회적 기업도 역발상과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윤영 인천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제조업단지 활성화와 사회적 경제’를, 송영석 인천평화의료생활협동조합 사무국장은 ‘협동조합과 건강한 지역사회’를 주제로 발표했다.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은 “남동인더스파크 같은 지역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건강하게 유도하기 위해선 지역연대의 가치가 중요하다”며 “지난 7월 출범한 ‘남동이행복한재단’이라는 지역재단을 통해 그 출발선에 섰다”고 말했다.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은 “오늘 발표 사례를 보면서 단체장이 끌어가기보다 공무원 스스로가 변화해야 동력이 나오고 사업이 지속가능함을 느꼈다”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행정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지도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라고 평가했다.

포럼이 끝나고 사회적 경제 관련 국회·지방정부·지방의회·민간협의체의 합동워크숍이 이어졌다. 지방정부협의회와 국회 사회적경제연구포럼(대표 신계륜 환경노동위원장), 전국사회적경제지방의원협의회(대표 문상필 광주시의원),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이사장 송경용) 소속 50여명이 함께했다.

신계륜 국회 사회적경제연구포럼 대표는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 구매 촉진과 판로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준비중이며 공청회 등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친 후에 실질적인 사회적 경제 성장을 위한 법률·정책적 뒷받침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정엽 지방정부협의회 회장은 “사람 냄새 풍기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경제 관련 협의체, 연대체간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사회적 경제 정책 및 제도 수립과 시행 과정에서 통합적 노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방정부협의회 사무총장인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국회·지방정부·지방의회·민간이 한자리에 모여 뜻을 모으고 힘을 모으기 위한 역사적인 합동 워크숍을 개최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글·사진 원낙연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yanni@hani.co.kr

>>>‘주택에너지 효율화’ 11일 토론회

㈔한국주거복지협회는 11일 오전 9시30분부터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2층 제2소회의실에서 ‘주택에너지 효율화 방안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산업통상자원부·현대제철·한겨레경제연구소가 후원하는 이번 토론회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에너지 빈곤층의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기업·시민단체가 함께 진행했던 ‘희망의 집수리-주택에너지 효율화 사업’의 성과를 중심으로 각 영역의 역할에 대해 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 문의 한국주거복지협회 (02)325-4521.

<토론회 주제>
●1세션: 주택에너지 효율화 사업의 의미와 확대 전략(발제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2세션: 가정에너지 효율 개선 사례와 사회적 과제(발제 문영록 한국주거복지협회 사무처장)


다쇼 카르마 우라 부탄연구센터장
다쇼 카르마 우라 부탄연구센터장

“자유로운 영혼에 행복이 깃든다”

다쇼 카르마 우라 부탄연구센터장

행복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다쇼 카르마 우라(사진) 부탄연구센터장은 부탄 정부의 행복정책을 사실상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

그는 지난달 22일 충남발전연구원이 연 ‘2013 행복한 삶: 경제적 가치를 넘어’ 국제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했고, 이튿날은 서울시의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을 방문해 강연하고 부탄과 서울시가 행복에 관한 공동연구를 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한국에는 처음 온 우라 센터장은 공항에서 오는 길에 마주친 7.3㎞ 길이의 서해대교를 보고 “기술력에 놀랐다”면서도 “하지만 기술이 우리 삶을 지배해서는 안 되며 우리는 여전히 자유로운 영혼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은 “마음이 평온해 시간을 잊은 듯한 상태라 말하고 싶다”는 우라 센터장은 “그러려면 우리 삶이 너무 속도에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의 진보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서두르지 않을 때 얻을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잊지 말라는 주문이다.

부탄은 인구 70만명 남짓(서울시 송파구와 비슷)이고, 2011년 1인당 국민소득이 2121달러인 미니 국가다. 왕국이었는데 왕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아 2008년부터 입헌군주국이 되었다. 부탄은 한국, 대만, 중국 같은 신흥국이 추구한 발전 모델 대신, 물질적·정신적 만족이 균형을 이루는 대안적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널리 쓰이는 국내총생산(GDP) 대신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 지수를 만들어 정부 정책 수행과 평가의 잣대로 삼는 것이 대표적인 행복 정책이다.

그래서 이 나라 국민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 수준은 세계 최고다. 영국에 있는 유럽 신경제재단(NEF)이 2010년 나라별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부탄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국민 100명 중 97명이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우라 센터장은 “경제성장률이 아무리 높아도 사람들이 행복해지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실패한 것”이라며 “우리는 국내총생산이라는 매우 둔탁한 잣대를 국민총행복으로 대체하는 거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라 센터장은 인도 델리대학과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공부했으며, 부탄 의회 부의장을 지내는 등 부탄 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예산/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공공기관 지속가능보고서의 내실

인천광역시가 11월 국내 광역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해 12월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와 인천테크노파크 등 시민·기업·행정기관이 참여한 포럼을 통해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진 지 1년 만의 일이다. 국내에서는 2007년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이 제정된 이래 지난해 한해에만 40여개의 공공기관이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공공기관의 지속가능성보고서 작성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공공기관의 보고서가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 ‘형식에 치우친 보고서’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난해 원전 관련 불량부품 납품 비리가 줄줄이 터져 조직 전체의 건강성이 의심을 받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대표적인 예다. 한수원은 2008년부터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해 국내 유수 기관으로부터 지속가능성보고서 대상을 수상하고, 지난해는 국제표준기구 지아르아이(GRI)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한수원의 보고서에서는 원전비리와 같은 부패와 관련된 반성이나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경영상태를 평가하는 몇 가지 지표를 통해 단기적 성과만을 나열한 ‘보기 좋은 보고서’ 작성에 주력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반면 인천시 부평구와 서울시의 지속가능발전 정책은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실천의지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부평구는 지난해 3월 지속가능발전 비전을 선포하고,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전략과 이행계획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 9월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만들어 그간 환경에 국한했던 지속가능성 평가를 경제·사회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무리 뛰어난 연장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쓰임새가 바뀌는 것처럼 지속가능성보고서도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은 보고서를 행정평가를 위해 필요한 단기적인 ‘작성’ 업무로 여겨서는 안 된다. 조직의 투명성과 지속가능발전을 점검하기 위한 장기적인 과업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은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신념과 비전을 갖고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체계를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kpar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한화 3세들, 고려아연 분쟁에 ‘일거양득’…최윤범 백기사도 확인 1.

한화 3세들, 고려아연 분쟁에 ‘일거양득’…최윤범 백기사도 확인

앞유리 ↑만 따라가세요...더 친절해진 증강현실 내비 2.

앞유리 ↑만 따라가세요...더 친절해진 증강현실 내비

‘까르보 소녀’에 역조공하러 미국행…삼양의 ‘찾아가는’ 불닭 마케팅 3.

‘까르보 소녀’에 역조공하러 미국행…삼양의 ‘찾아가는’ 불닭 마케팅

더 독해진 ‘트럼프 2기’…한국 배터리·자동차·반도체 ‘비상등’ 4.

더 독해진 ‘트럼프 2기’…한국 배터리·자동차·반도체 ‘비상등’

쿠팡 김범석 첫 ‘엑시트’…창업 14년만에 5천억 손에 쥐어 5.

쿠팡 김범석 첫 ‘엑시트’…창업 14년만에 5천억 손에 쥐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