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유럽수출 중단에 이어
‘5년간 8조 투자’ 계획 재검토
전문가 “한국공장 상시 폐쇄 위기”
조업단축 군산공장 등 고용 위태
‘5년간 8조 투자’ 계획 재검토
전문가 “한국공장 상시 폐쇄 위기”
조업단축 군산공장 등 고용 위태
한국지엠(GM)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수출이 2016년부터 중단되는 가운데, 한국지엠은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투자 계획까지 축소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물량 감소 속 투자까지 줄어들게 되면서,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철수 가능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7일 한국지엠과 산업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디자인·연구개발 등에 5년간 8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지엠케이 20XX’ 전략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과 통상임금 문제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투자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지엠은 지난 5일 열린 이사회에서 산업은행 쪽에 이런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투자 계획을 완전히 철회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투자 시기가 조금 연기되는 것일 뿐이다. 앞으로도 매년 1조원 가량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엠케이 20XX는 지난해 지엠의 한국 철수설이 불거지자, 한국지엠이 회사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경영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지난 2월 내놓은 전략이다. 불과 10개월 만에 이 전략을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자동차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선 연구개발 능력 확보가 필수인데 이에 대한 투자를 포기하는 건, 한국지엠을 지엠의 글로벌 네트워크 속 수많은 ‘생산공장’ 중 하나로 전락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쌍용자동차를 헐값에 인수했다가 4년 만에 매각한 상하이자동차의 사례를 언급하며 “지엠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한국 공장은 언제든 폐쇄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댄 애커슨 지엠 회장이 통상임금 문제로 인한 비용 상승 문제를 거론한 것이 생산물량 축소는 물론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를 위한 밑밥 깔기적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 수출 길이 끊긴데다 투자 계획까지 축소되자, 한국지엠의 생산 현장에는 고용 불안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지엠의 4개 공장 중 군산공장의 경우엔 공장 폐쇄까지 거론되고 있다. 소형차 스파크를 생산하는 창원공장이나 트랙스 등을 생산하는 부평1 공장의 경우, 현재 공장 가동률이 100% 수준이라 유럽 수출 물량(20%)이 감소한다고 해도 끼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 내년에 주간연속 2교대제가 도입되면 생산 물량이 어차피 20% 정도 감소하게 돼 있어 영향이 상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공장 가동률이 60% 수준인 군산 공장의 사정은 다르다.
군산공장 직원들은 준중형차 크루즈의 수출 물량 감소로 일감이 없어 지난 3월부터 사실상 ‘주 3일 근무’의 조업 단축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크루즈의 차세대 모델 생산도 군산 공장이 아닌 해외 공장에서 하기로 결정된데다, 이번에 유럽 수출까지 중단되면서 공장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일감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군산공장의 한 노조 관계자는 “유럽 수출이 중단되면 물량이 최대 20~40%까지 감소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공장 가동률은 50%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휴무일인 7일에도 유럽 수출 중단 뉴스를 접한 직원들의 구조조정 여부 등을 묻는 불안한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 쪽에선 군산 공장 폐쇄나 한국 철수 가능성에 대해 “그럴 일은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 수요를 개척하고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등 군산 공장의 장기 운영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김경락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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