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학교에서 6·25가 남침이 아니라고 가르친다” 황당 주장
삼성그룹이 지난 2일 사장 승진 인사를 발표한 뒤 처음으로 열린 4일 수요 사장단회의에서 뉴라이트 역사학자를 불러 강연을 들었다. 교학사 교과서 때문에 발생한 역사교과서 수정 논란이 거센 가운데 완전히 한 쪽 편에 선 학자의 주장을 삼성 사장단 수십명이 경청한 셈이다.
이 날 사장단회의에서는 명지대 강규형 기록과학대학원 교수가 ‘대한민국 현대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 교수는 뉴라이트는 물론 보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주요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에서도 강연을 했다. 이승만을 ‘국부’로, 박정희를 ‘구국의 영웅’으로 그리고 있는 한국현대사학회의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그는 새누리당 역사교실에서 “좌편향 교과서를 수정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등 논란의 핵심에 서 있다.
강 교수는 이 날 강연에서 수정주의 관점(이른바 좌파 역사관)에 대해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수준의 문제”라며 자신의 입장을 강변했고, “상당수 학교 현장에서 6·25가 남침이 아니라고 가르친다”는 상식 이하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강연을 들은 한 사장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삼성이 교과서 논란이 가열되는 시기에 그 핵심에 있는 우편향 역사학자를 불러서 강연을 들은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전통적으로 수요 사장단회의는 간단한 전달 사항이 논의된 뒤 강연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강연의 내용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불러 진행된다. 지난해에 장하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올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 등 흔히 ‘좌파’로 분류되는 강연자를 초대하기도 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