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도공 등 공공기관 295곳 중
31곳 기관장 없거나 임기 만료
31곳 기관장 없거나 임기 만료
지난달 24일 경기도 의왕시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마사회에 대한 국정감사에는 김영만 마사회장 직무대행이 나와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다. 9월4일 임기가 끝난 장태평 회장의 후임이 결정되지 않은 탓에 마사회가 해마다 치르는 가장 큰 ‘시험’을 기관장 대행 체제로 치러야 했다. 정책금융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예탁결제원 등의 사정도 비슷했다.
과거 정부와 달리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취임 첫해 공공기관의 ‘인사 공백’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취임 첫해 10월까지 공백 없이 180개의 공공기관장을 속전속결로 갈아치운 것에 견주면 더욱 그렇다. 낙하산 인사를 피하려는 신중한 행보로 보기엔, 올해 새롭게 임명된 77명의 기관장 가운데 절반이 낙하산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회공공연구소와 <한겨레>가 분석한 결과(10월 말 기준)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된 공공기관이 전체 295개 가운데 31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는 곳이 14개, 임기가 끝났으면서도 자리를 지킨 경우는 17개였다. 임기가 끝난 뒤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공공기관장은 “지금 상황이 정상은 아니다. 아무래도 공백에 따른 폐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사의를 밝힌 코스콤·기술신용보증기금·한국무역보험공사 (이)사장을 포함하면 사실상 인사 공백은 34개로 늘어난다. 전체의 11.5%로, 공공기관 10곳 가운데 1곳 이상이나 된다. 박해철 한국노총 공공노련 상임부위원장은 “임기가 만료된 기관장은 후임자가 낙점됐다는 전화 한통에 자리를 비워야 하는 탓에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공공기관 감사 자리의 공백은 더욱 도드라진다. 감사가 공석인 곳이 16곳, 임기가 끝난 곳이 57곳으로 사실상 감사의 인사 공백이 72곳에 이른다. 특히 전체 295개 공공기관 가운데 98개에 상임감사 자리가 있는데, 이 가운데 공석 또는 임기 만료가 전체의 32.7%인 32개 기관에 이른다. 한국전력공사의 상임감사 자리는 10개월째 비어 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임명된 상임감사가 3명밖에 되지 않는데 모두 낙하산이었다. 연말부터 인사 공백인 상임감사 자리에 대규모 낙하산 인사가 투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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