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 사장엔 김석기 등
경찰청장 출신만 벌써 3번째
코레일테크·가스공사 등엔 군
한국폴리텍 등엔 경호처 출신
경찰청장 출신만 벌써 3번째
코레일테크·가스공사 등엔 군
한국폴리텍 등엔 경호처 출신
“우리 회사가 서울경찰청 기구표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공항공사 노동조합의 이시우 위원장은 말을 잇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 전국의 주요 공항을 관리하는 공기업에서 김석기 전 경찰청장 등 벌써 3번째 맞이하는 경찰 출신 사장이다. 공항공사 사장은 초창기 군 출신 3명이 맡은 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 간부들이 차지한 뒤, 최근에는 경찰 간부 출신들이 맡고 있다. 2001년에는 윤웅섭 서울경찰청장이 왔고, 2005년에는 이근표 서울경찰청장이 왔다. 김석기 사장은 ‘용산 참사’에서 철거민 농성을 과잉진압해 사퇴한 뒤 일본 오사카 주재 총영사를 거쳐,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나왔다가 떨어진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군·경찰·청와대 경호처의 ‘군홧발’이 공항만 접수한 건 아니다. 사회공공연구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현직 기관장·감사·상임이사 가운데 군 출신은 8명, 대통령실 경호처 출신은 8명, 경찰 출신은 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 출신 기관장으로는 코레일테크의 윤영범 사장이 있다. 그는 한미연합사 작전차장, 청와대 국방비서관 등을 거친 뒤 올 1월 코레일 계열사인 코레일테크에 갔다. 자리를 물려받는 곳도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감사 자리는 오항균 국군정보사령관이 2010년부터 2년간 역임한 뒤, 2013년 1월에 김홍온 공군 군수참모부장에게 물려줬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관계자는 “지난번 감사 같은 경우는 군인 스타일로 군림하려고 해서 직원들이 무척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군과 직무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한국가스공사 감사, 한국감정원 감사 자리에도 군 출신 인사가 자리를 잡고 있다.
대통령실 경호처는 멀리 부산까지 ‘낙하산’을 내려보냈다. 지난달 1일 부산항보안공사 사장에는 경호처 경호안전교육원장을 지낸 최기호씨가 선임됐다. 인천항보안공사 사장 역시 최찬묵 전 경호처 차장이다.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한국폴리텍의 감사와 국립공원관리공단,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의 상임이사 자리 등에도 경호처 출신이 접수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직장인한테는 임원이 꽃인데, 우수한 인재가 많이 와도 공공기관에서 이들이 임원도 달기 힘들다. 그러니 직원들이 일에 대해 꿈도 없고 자포자기한다”고 했다. 공항공사의 내부승진 사장은 단 한명 있었다.
경찰 출신은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외에도 산하기관인 도로교통공단에 많았다. 주상용 전 서울청장 등 역대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경찰 출신이 교대로 맡고 있다. 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특정 공기업 사장 자리를 경찰 등 일부 권력집단 간부들이 독식하는 것은 낙하산보다 더 큰 문제다. 공기업을 정권의 전리품이나 권력집단이 나눠먹는 떡쯤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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