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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철도산업 시장개방’ 협정문, EU FTA와 연계돼 큰 파장

등록 2013-11-12 20:16수정 2013-12-17 08:51

정부조달협정 기습 의결

FTA체결때 개방범위 규정 않고
정부조달협정 따르도록 정해
“한국 철도산업 고사될것” 우려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 의정서 개정으로 철도산업은 또다른 격랑을 맞게 됐다. 자유무역의 예외 영역으로 남아 있던 철도의 대부분 영역이 정부조달 계약 형태로 열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박원석 의원실(정의당)을 통해 입수한 통상교섭본부의 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정 개정의결서 번역 초안을 보면, △철도시설의 건설 및 조달 △철도의 설계 등 엔지니어링 서비스 △철도시설의 감독 및 관리의 조달 계약이 공개 대상에 포함됐다. 일단 고속철도는 개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하철·일반철도의 설계·건설·감독을 비롯해 시설 운용·유지보수 등 철도 기간망의 거의 모든 내용을 망라한다.

우리 정부가 1997년에 맺었던 정부조달협정의 경우, 철도와 관련해선 한국철도공사만 대상으로 포함돼 있었다. 이에 한국철도공사가 사용하는 열차의 객실·부품 위주의 조달 계약에만 외국자본이 참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번 개정 협정문에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인천메트로 등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지하철 등 기간 선로 산업 기관이 모두 포함됐다. 입때껏 경험해보지 못한 광범위한 시장개방인 셈이다.

이번 협정문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계돼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자유무역협정 체결 당시 철도 분야의 개방 범위에 대해 구체적인 규정을 두지 않고 정부조달협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한국 철도산업이 고사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정부는 속전속결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먼저 국회 비준동의를 거치지 않은 정부의 비준안 처리가 ‘통상조약의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통상절차법 6조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통상조약 체결 계획의 수립 및 보고를 하도록 의무화했으며, 9조에서는 통상조약 체결의 경제적 타당성 등을 검토하도록 돼 있다.

법제처의 입장 변화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1일 기자들에게 “법제처 심사 결과 국회 동의가 필요없는 사안이므로 대통령 재가를 거쳐 비준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제처가 1994년 세계무역기구 가입 당시 작성한 ‘정부조달협정 가입시 국회 비준동의 필요성에 대한 법제처 심사 결과’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무소속)을 통해 받아 보니 내용은 정반대였다. 당시 법제처는 “이 협정문은 국내 조달시장에 경쟁 요소를 도입하고 선진국 조달시장에 우리의 수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법에 규정되지 않은 내국민 대우, 비차별 의무, 강제 분쟁처리절차 등 입법사항을 포함하고 있다”며 “헌법 제60조 1항에 의해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조약”이라고 밝혔다. 제정과 개정의 차이가 있지만, 국가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조약 개정이라는 점에서 정부 태도에 비판이 일 수 있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 의원(정의당)은 “정부가 국민과 국회를 속이고 밀실에서 통상조약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재가 및 세계무역기구 사무국 기탁 등 일체의 정부의 독단적인 비준 절차를 중단하고 헌법과 통상절차법에 따라 즉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 정부 ‘외국자본에 철도시장 개방’ 기습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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