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현대자동차그룹이 흔들리는 ‘품질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연구개발(R&D) 부문의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일련의 품질 현안에 대한 책임을 지고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사장)과 김용칠 설계담당 부사장, 김상기 전자기술센터장(전무)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사표를 수리했다”고 11일 밝혔다.

후임으로는 박정길 전무(현 바디기술센터장·사진)를 설계담당 부사장으로 승진발령하는 한편, 김헌수 상무(현 설계개선실장)를 바디기술센터장으로 전보발령하고, 박동일 이사(현 전자설계실장)를 전자기술센터장 상무로 승진발령했다. 공석이 된 연구개발본부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지금으로선 양웅철 부회장이 연구개발 전반을 챙길 가능성이 크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 10월 남양연구소에 단행한 쇄신 인사 이후 1년여 만에 이뤄진 것이다. 올해 들어 국내외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와 품질 논란이 지속된 데 따른 문책 및 기강 확립 차원의 조처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이달 말 신형 제네시스 출시를 계기로 유럽 고급차 브랜드들과의 정면 승부를 선언한 만큼, 인사 쇄신을 통해 품질에 대한 신뢰 회복 의지를 다잡을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대·기아차 안팎에선 최근 정몽구 회장이 강조해온 ‘품질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주요 시장인 미국 등에서 쏘나타와 아반떼는 물론, 프리미엄급인 제네시스까지 주요 차종이 두루 포함된 연쇄 리콜 사태를 맞으며 몸살을 앓았다. 특히 미국 시장에선 지난해 연비 과장 사태를 겪은 데 이어 지난 4월엔 브레이크등과 에어백 결함 문제가 나타나 13개 차종 187만대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8월에도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 부식 우려로 쏘나타와 그랜저 24만대가, 최근엔 브레이크액 문제로 제네시스 2만여대가 리콜되기도 했다.

내수시장에서도 물 새는 싼타페 등 품질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잇따르면서 소송으로까지 비화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엔 신형 제네시스를 홍보하기 위해 ‘4행시 이벤트’를 열었다가 차량 결함 등을 꼬집는 댓글들이 잇따르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번 인사 조치를 통해 품질경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함과 동시에 연구개발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