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1조904억원 등 총 4조2185억원을 투입해 2007년 개통한 인천공항철도의 지난해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약 4분의 1인 25.9%에 불과했다. 개통 이후 지난 5년 동안 정부가 최소운영수입보장(MRG)에 따라 민간사업자한테 보전한 금액만도 1조171억원에 이른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최소운영수입보장으로 혈세 1조원 낭비…결국 정부가 매입
장밋빛 도시계획 속 부풀려진 수요예측, 대재앙 불러
장밋빛 도시계획 속 부풀려진 수요예측, 대재앙 불러
수요예측 기관은 무조건 반영
고속철 등 사용 적어 세금만 축내 원점으로 돌아간 광명경전철은
숭실대 캠퍼스 짓기도 전에
통학생 수요 포함시켰다 낭패 1999년 발간된 인천공항철도의 수요예측 보고서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앞서 인천공항고속도로가 수요예측에 포함시켰던 10대 관광지 가운데 현실가능성이 떨어지는 디즈니랜드, 유니버설스튜디오 등 7곳은 제외했지만, 용유·무의도에 위치한 용유해변, 왕산해변, 하나개해변 등 3곳에서만 한해 596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마찬가지로 인천광역시의 ‘인천 해안종합관광구역 기본계획’에 기반한 것이었다. 관광단지의 대표적 성공 사례인 남이섬의 연간 관광객이 250만명 선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풀려진 전망을 기초로 한 수요예측인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철도 수요예측에는 청라지구와 송도새도시 등 경인권의 무분별한 개발계획이 모두 성공할 것으로 전제했다. 수요예측 보고서를 보면, 검단새도시 23만명, 청라지구 10만명, 송도새도시 20만명 등의 계획인구가 모두 교통수요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검단새도시와 송도새도시의 실제 인구는 그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인천공항철도와 고속도로는 대표적인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낭비 사례로 꼽힌다. 민주당 문병호 의원실에 따르면, 인천공항철도의 경우 실적이 개통 당시 수요예측의 8.1%에 불과해 6년 동안 사업자한테 1조904억원의 세금을 지급했다. 문 의원은 “문제는 향후 30년간 14조원의 혈세가 더 낭비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민자사업으로 시작한 인천공항철도는 결국 최소운영수입보장 부담을 못 이겨 정부가 다시 사들였다. 또 과장된 수요예측으로 감사원 지적을 받은 광명 경전철 사업 역시 재검토 수순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이 빚어지는 주된 요인은 개발을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수요예측 기관의 ‘자가발전’ 때문이다.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욕이 강하다 보니, 장밋빛 도시계획을 만들고, 수십년 뒤를 예상하는 수요예측에서는 큰 폭의 오차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안태훈 박사는 “일산이나 분당의 개발 과정을 살펴봐도 대규모 택지개발은 시차를 두고 서서히 완성되는데, 사회간접투자 사업에서는 실시계획 협약만 있어도 계획인구를 100% 반영하는 방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의 성패를 판단하는 수요예측에서는 이런 방식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목표지향적인 도시계획이 수요예측의 치명적인 실패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장밋빛 도시계획은 수요예측 실패의 알리바이로 악용되기도 한다. 개발이 지연돼 검토되지 않았던 경쟁 노선이 신설되거나, 도시계획에 따른 예측치가 잘못돼 어쩔 수 없이 차이가 벌어졌을 뿐, 수요예측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들이다. 실제 인천공항철도·용인경전철 등 대표적인 수요예측 실패 사례에 대해 관계기관은 이러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비겁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장수은 교수(환경계획학)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 사업은 진행 기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수요예측도 조심스러워야 한다”며 “당시에 알기 힘든 변수들이었다는 이유로 수요예측의 실패를 정당화할 수는 없으며, 도시계획의 진행률을 보수적으로 산정하거나 수요층의 범위를 지정하는 등 보정 수단은 많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노력을 연구자의 양심에만 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마련한 ‘교통시설 투자평가지침’ 등 관련 규정을 보면, 계획인구 순차 적용 등을 강제하고 있지도 않은 실정이다. 또 수요예측에 실패해도 보고서 작성 당시 적용된 변수와 장래 변동에 대한 복잡한 함수는 공개되지 않는다. 개발계획만 확정되면 연구자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숫자를 끌어다 쓸 수 있는 환경이라는 뜻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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