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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185개 국도 교통량 ‘예상치 47%’ 불과

등록 2013-10-28 19:51수정 2013-12-17 08:55

[부풀려지는 SOC 수요예측]
20% 밑도는 곳도 13곳 달해
2000년 이후 건설된 우리나라 지방국도의 실제 교통량이 계획 당시 예측량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4만대를 예상하고 건설한 도로에 2000대도 다니지 않는 곳도 있었다. 과잉투자와 이로 인한 예산 낭비가 심각한 상황이다.

28일 <한겨레>가 입수한 국토교통부의 ‘2000년 이후 교통시설사업 사후평가’ 자료를 보면, 전국 국도 185곳의 예측 통행량 대비 실제 교통량은 평균 47%에 불과했다. 하루 1만대가 다닐 것으로 예상하고 도로를 지었다면 완공 뒤 다니는 차량은 4700대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2000년부터 올해 6월 사이 완공된 전국 국도의 사후평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사후평가는 완공 이후 5년 이내에 진행하도록 돼 있다. 지난 7월 개정된 건설기술관리법이 예측과 실제 이용률의 차이가 30% 이상이면 ‘부실한 수요예측’으로 보는 것을 고려할 때, 예측치의 47%에 그치는 국도의 실제 교통량은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실제 교통량이 예측치의 20%에 이르지 못하는 국도는 13곳이나 됐다. 전남 화순 남면 우회도로(축조 및 포장공사)의 경우 애초 4만3000대가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교통량은 1800대(4%)에 그쳤다. 시간당 10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3년 완공된 ‘통일대교~장단간 도로(확장 및 개설공사)’의 경우 실제 통행량이 예측 통행량의 1%에도 이르지 못했다.

이렇게 부풀려진 수요예측은 불필요한 시설을 만들게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설계회사 임원은 “수요를 제대로 계산했다면 공사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을 사업이 적지 않다. 2개 차로만 건설해도 될 도로를 4개 차로로 건설하게 되는 경우도 잦다. 이는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이 강한 압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철도나 고속도로의 사정도 나을 게 없긴 마찬가지였다. 2000년 이후 완공된 철도 10곳의 예측량 대비 실제 이용량 비율은 평균 56%였다. 3200억원을 들여 2009년 개통한 장항~군산간 선로(복선 개량사업)의 경우 애초 예측 이용량은 하루 5230명이었으나 실제 이용자는 610명(12%)에 그쳤다. 고속도로 32곳의 예측량 대비 이용량은 평균 74%였다. 철도·국도 등 다른 시설보다는 양호했지만 수요 과다예측은 똑같았다.

실제 교통량이 예측치를 초과하는 경우는 고속도로가 32곳 가운데 12곳(38%)으로 가장 많았다. 철도는 10곳 중 1곳(10%), 국도는 185곳 중 7곳(4%)에 불과했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만든 도로·철도·터널 등 민자 교통시설(22곳)의 경우 2012년을 기준으로 예측량 대비 실제 교통량 비율은 평균 58%였다. 민자사업은 실제 교통량이 예측치보다 낮을 경우 국가나 지자체가 민자사업자에게 일정액을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등이 적용돼 있어 교통량 예측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부산~김해 경전철(18%)과 대구 4차순환도로(27%), 인천 원적산터널(31%), 광주 제2순환도로(40%) 등 민자시설 7곳의 실제 교통량은 예측치의 절반 이하였다.

부산~김해 경전철 시민소송인단이 정부와 교통연구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대리하는 박훈 변호사는 “수요예측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지고, 이 때문에 지자체가 재정상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시민 복지는 물론이고 새로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노현웅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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