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기업의 회장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해법을 내놨다. ‘기업하기 어렵다’며 고용 창출을 위해 정부 규제를 허물어야 한다는 국내 대기업의 불만과는 정반대의 해법이다.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지이) 최고경영자(CEO)는 2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용 창출을 위해선 3가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첫번째는 교육, 더 많은 엔지니어와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두번째로는 인프라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초고속인터넷과 공항 등 기본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멜트 회장은 세번째로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근간이 되어야 한다. 충분히 의미있고 유의미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대기업의 횡포를 막아줄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멜트 회장은 회장에 취임한 뒤 국내 언론과 기자간담회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일자리·경쟁력 위원회 의장을 역임한 바 있다. 지이의 전임 잭 웰치 회장과 이멜트 회장의 경영은 전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이멜트 회장은 이날 한국의 기업에 대한 규제가 과하지 않다고 했다. 이멜트 회장은 “사업하는 모든 나라에서 규제가 없는 곳은 없다. 기업 하는 입장에서 규제를 따라야 한다”면서 “한국은 외국인 투자에 친화적이다”고 밝혔다. 금융서비스는 규제가 조금 많지만, 다른 나라도 그렇고 한국만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이멜트 회장은 “궁극적인 것은 규제가 아니라 성장”이라고 말했지만 건전한 규제 역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의 ‘청정공기법’의 사례를 들면서 “기관차와 발전기를 (법에 맞춰)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기 위해 연구개발하다보니,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었다”고 말했다.
최고 경영진이 세대에 따라 바뀌면서도 130여년을 이어온 장수 기업답게 이멜트 회장은 ‘리더’에 대한 생각도 소개했다. “첫째, 호기심이 많고 항상 배우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둘째, 승부욕이 강해야 한다. 세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인기가 없더라도 변화를 주도하고 현재를 타파해야 한다. 넷째, 뚫고 나가는 저력이 있어야 한다. 다섯째,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 화합을 이끌어야 한다.” 그는 이 다섯가지가 그동안 지이의 경영자들이 해왔었고, 자신이 존경하는 리더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멜트 회장은 사람을 채용할때 지식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지식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학습할 가능성을 보고 뽑는다. 또 지이와 같은 큰 기업을 이끌려면 글로벌한 스케일이 필요하다. 차세대의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관심사항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기업의 가족승계에 대한 질문에는 이멜트 회장은 “지이 안에서는 절대 제 가족이 후임자가 아니다”고 웃었다.
지이는 전세계 160여개국에서 사업을 펼치면서 약 30만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다. 많은 직원 가운데 시이오 후보군을 육성해 최고경영자를 선발하는 과정으로도 지이는 유명하다. 이멜트 회장도 1982년 지이에 입사한 뒤 치열한 경쟁을 뚫고 2001년 회장 겸 시이오로 취임했다.
이멜트 회장의 이번 방한은 23일 부산에서 열린 지이글로벌조선해양 본부 개소식 등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만났으며, 24일엔 삼성그룹의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등 건설·엔지니어링 쪽 대표들과도 만나 의견을 나눴다. 25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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