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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대제철-하이스코 냉연 부문 분할합병
현대차 그룹 경영권 승계 ‘교통정리’?

등록 2013-10-17 20:29수정 2013-10-17 21:45

알짜사업 넘겨주는 대신 지분교환
그룹 순환출자 구조에 제철 포함돼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 나오기 전에
합병작업 완료되면 법 적용 안받아

‘그룹 경영권 승계 수월’ 분석에
현대차 “제철업 효율성 위한 것”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현대하이스코의 ‘알짜 사업’인 냉연강판 부문을 떼어내 현대제철로 넘기기로 했다. 이번 분할합병을 통한 지분 교환으로 현대차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법을 내놓기 전에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새 순환출자 구조를 완성했다. 증권업계에선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를 쉽게 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알짜 사업 가져온 현대제철 현대제철이 인수한 냉연강판 부문은 현대하이스코의 핵심 사업이다.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용 냉연강판은 현대차와 기아차에 전량 납품되는 등 확실한 구매처를 가진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현대하이스코의 2012년 매출액 가운데 70.6%, 영업이익의 79.2%가 자동차 강판에서 나왔다.

현대제철은 알짜 사업을 가져와 제3고로 건설 등 투자로 인한 차입금 상환 부담을 덜게 됐다. 현대제철의 차입금은 11조7000억원(2013년 6월 기준)까지 불어나 순이자비용만 연 3000억원 안팎에 달하고 있다. 냉연 부문은 연간 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변종만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은 고로 투자 뒤 특수강 및 철분말 사업에 2016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어서 안정적인 재무구조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쇳물을 만들어 자동차회사에 직접 납품하는 냉연 강판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된 시너지효과를 강조한다. 현대제철은 “3고로 완성 뒤 일관제철소 프로젝트 완성 차원이다. 상하 공정을 일원화해, 양사 체제로 운영되며 발생했던 생산·판매의 비효율성을 없애고 통합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하이스코는 성장 축이 한풀 꺾였다. 현대하이스코는 2001년 현대강관에서 현재 사명으로 이름을 바꾼 뒤 2004년 한보철강 당진제철소를 인수하면서 자동차 강판 생산에 집중해왔다. 현대하이스코는 “기존 강관 사업을 유지하면서 차량 경량화 사업 및 국외 스틸서비스센터를 활용한 유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현대하이스코의 신성재 사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위다.

■ 법보다 빠른 새 순환출자 구조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더욱 심화됐다. 현재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지분 7%를 가지면서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그룹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번 사업조정을 통해 현대하이스코 지분(29.4%)을 보유한 현대차가 현대하이스코 주식 1주당 현대제철 주식 0.38주를 받음에 따라, 현대차도 현대제철의 대주주가 되게 됐다. 현대제철은 기존엔 순환출자 구조에 없었지만,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새 순환출자 구조가 추가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사업 조정은 올해 공정위가 추진하는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안을 피할 수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 재벌의 순환출자 구조는 그룹 총수가 일부 주식만 가지고도 큰 대기업집단을 지배할 수 있게 만들어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부실 계열사 지원, 편법적 경영권 승계’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박근혜 대통령도 공약으로 내걸어 공정위가 관련 법을 준비중이었다.

현대차그룹이 계획대로 올해 말까지 합병을 마무리하면 이 법안을 피해갈 수 있다. 최근 금호그룹은 금호산업이 상장폐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룹 내 신규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려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의해 제지된 바 있다.

증권업계에선 순환출자 부담을 덜기 위해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현대제철의 지분과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맞교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정몽구 회장이 가진 현대모비스의 지분도 늘어나, 향후 외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에게 모비스 지분을 증여해 그룹을 승계하는 것도 수월해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업 조정은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일관제철 사업의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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