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에스티엑스조선해양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
강회장, STX조선해양 대표서 사임
이사회 의장직서도 물러나
계열사 영향력 잃게 될 듯
박동혁 새 대표이사로 선임
이사회 의장직서도 물러나
계열사 영향력 잃게 될 듯
박동혁 새 대표이사로 선임
강덕수 에스티엑스(STX)그룹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가 막을 내린다.
에스티엑스조선해양은 9일 오후 서울 에스티엑스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채권단이 추천한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과 류정형 에스티엑스조선 부사장(조선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만장일치로 처리하고, 2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두 명의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기로 하면서 기존 이사인 강덕수 회장과 신상호 사장은 주총을 끝으로 물러나게 됐다.
강 회장은 1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이사회에서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채권단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사임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부결시킨 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 대표이사 자리를 지킬 수 있었겠지만, 이렇게 할 경우 채권 회수 유예와 자금 지원이 무산될 수 있어 채권단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거란 말이 나온다.
에스티엑스조선해양은 에스티엑스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채권단은 자금난으로 자율협약 체결 및 법정관리를 신청한 에스티엑스 계열사를 조선해양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날 이사회 결정으로 조선해양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 군소주주로 전락하게 된 강 회장은 계열사에서도 영향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이 여전히 ㈜에스티엑스와 에스티엑스중공업 등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지만, 이 회사들 역시 자율협약 중이라 이들 회사의 대표 자리도 곧 내놓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강 회장의 에스티엑스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임으로 사실상 회사 주인을 바꾸는 절차는 모두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이 주력 회사인 에스티엑스조선해양 대표이사에서 물러남에 따라, 평범한 회사원으로 출발해 대기업 오너에 오른 강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는 사실상 끝났다는 말들이 나온다. 특히 그룹 지주회사격인 포스텍의 주채권 은행인 우리은행이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기존 주주 지분을 5 대 1로 무상감자하면서, 657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하는 방안이 담긴 실사 결과를 채권단에 제시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더한다. 채권단이 감자 및 출자전환 방안에 동의할 경우, 회사는 살릴 수 있겠지만 강 회장의 지배력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이 경우 강 회장의 지분이 줄어든다. 사실상 강 회장의 개인회사였던 포스텍의 주인이 채권단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이사회에 앞서 “(강 회장 사임 요구는) 채권단이 기업회생에 그것(강 회장 사임)이 제일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사 내부와 노조 등은 금호산업 등 비슷한 처지의 다른 기업들에 비해 유독 에스티엑스에 대한 조처가 가혹하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등 “채권단의 월권행위”를 비판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정애 송경화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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