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고공행진에 연비 경쟁
올 해체 선박중 48%가 90년대 건조
‘친환경’ 선박 발주 기대 커져
올 해체 선박중 48%가 90년대 건조
‘친환경’ 선박 발주 기대 커져
‘기름 먹는 하마는 빨리 폐선시켜라.’
연비가 좋지 않은 ‘젊은 선박’의 해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해운사들이 오르지 않는 운임 대신 기름값 아끼기에 나서면서, 국내 조선업계도 에코십(친환경 고효율 선박) 발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부증권이 1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올해 선박 해체량은 지난달까지 3020만DWT(재화총화물톤수)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1997~2012년 16년 동안 한해 평균 해체량인 2360만톤을 훌쩍 넘겼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선령이 낮은 선박의 해체가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동부증권은 국제 조선 분석기관인 클라크슨 자료를 토대로, 올해 해체된 선박 가운데 1990년대 건조 선박의 비율이 47.6%에 이른다고 밝혔다. 2010년 9.4%에서 5배나 증가한 것이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1998년과 1999년에 건조된 선박의 해체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 불황 탓에 노후된 선박을 처분하는 경우가 늘었지만, 선령이 15년 정도로 한창 대양을 누벼야 할 배마저 해체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도 “보통 선박의 평균 운용기간은 25~30년인데, 최근 선령이 짧아졌다”고 말했다.
세계 해운사들은 연료인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낡은 선박을 운용하는 대신 기름을 덜 먹는 ‘에코십’을 새로 사는 게 더 이익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새로 배를 발주하는 기준이 (물류) 운임 상승보다 연비 쪽으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 10~15년 동안 기존 선대들은 에코십으로 교체될 것이며, 선사들의 경쟁발주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국적 곡물회사인 카길은 연비가 나쁜 배를 대체하기 위해 10년 만에 새로 배를 발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사들은 경쟁국인 중국보다 에코십 부문에서 앞서 있어 수주도 기대된다. 박무현 연구원은 “중형선에서는 현대미포조선이, 대형선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선박이 연비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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