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하이트진로가 중국 공략을 위해 내놓은 술 ‘명품진로’를 살펴보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 30도주로 틈새 공략
“한국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마시는 녹색병에 든 술이 궁금했는데, 이 상표라는 것을 알고 사게 됐죠.” 중국 베이징 중심가 차오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지난 30일 만난 조우(25·남)는 ‘명품진로’를 산 이유를 묻자 한류 이야기를 꺼냈다.
국내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중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명품진로는 쌀을 원료로 한 증류주로, 중국을 겨냥해 지난 3월 출시한 제품이다. 향을 중시하는 중국인 취향에 맞춰 참나무통 숙성 원액을 사용해 은은한 향을 담은 게 특징이다. 이른바 ‘빼갈’이라고 불리는 중국술 바이주(백주)와 우리 소주의 중간 맛이라 할 수 있다. 지난 5월 상해주류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85조원으로 추산되는 중국 주류 시장에서 하이트진로가 택한 전략은 ‘빈틈 파고들기’다. 중국 주류시장은 40도 이상의 바이주가 45%, 5도 아래의 맥주가 44%를 차지하고 있다. 한류에 민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30도 저도주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충수 하이트진로 중국법인장은 “새 정부의 반부패 정책 등으로 고급 바이주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고도주 수요가 금방 줄진 않겠지만 젊은 화이트칼라 계층은 술을 ‘마시는’ 용도보다 ‘즐기는’ 용도로 여기기 때문에 앞으로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중국에 진출한 하이트진로의 현재 판매실적은 맥주·소주가 대부분으로 지난해 매출 8260만위안(약 150억원)에 그쳤다. 하이트진로는 이날 베이징 페닌슐라호텔에서 기자 설명회를 열고 향후 제품 다각화와 유통망 확대를 통해 2017년까지 매출을 10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중국 전역에 24개를 두고 있는 대리점 체제를 핵심 권역별로 5개 분공사(지점) 체제로 바꾸고 온라인 유통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베이징/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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