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도 작년보다 17% 줄어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 시장이 2009년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온라인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상장사 170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에 응한 777곳 가운데 올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을 하겠다고 밝힌 기업이 284곳(36.6%)에 그쳤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조사 때(43.2%)보다 6.7%포인트 하락했고, 2009년 금융위기(35.4%)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기업도 151곳(19.4%)으로 2008년 수준(19.6%)만큼 많았다.
채용 규모는 2012년 하반기에 견줘 16.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기업(-10%·종업원수 1000명 이상)보다는 중견(-30.9%)·중소(-23%)기업의 신규 채용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인크루트는 “30대 그룹을 중심으로 사회적 기대감의 영향 탓에 채용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고졸 채용과 시간제 일자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이 채용 인원에 포함된 것으로, 전반적인 대기업 (신입) 채용 규모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별로는 건설·금융·유통 등 12개 업종 가운데 석유화학(1.5%)만 지난해에 견줘 신규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업에선 신규 채용 규모가 80.7%나 줄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불황에 기업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채용 계획이 위축됐다. 채용 동향 조사는 인크루트가 11년째 진행하는 것으로, 이달 5~16일 1700여개 상장사 인사담당자와 일대일 전화를 통해 진행됐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최근 기업의 위기 이슈들이 자주 등장하면서 기업 내부에서 채용 계획을 주저하고 있는 것도 전반적인 채용 규모의 하락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층(15~29살)의 고용률(40.8%)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3%포인트 떨어졌다. 50대 고용률(73.8%)이 1992년 이후 최고를 기록하는 등 장년층의 늘어난 취업만이 전체 고용률(65.1%)을 0.2%포인트 끌어올렸을 뿐이었다.
청년 고용률을 높일 수 있는 기업의 의지도 높지 않다. 28일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의 청와대 오찬에 참석했던 그룹의 한 관계자는 “곧 9월인데 하반기 투자와 채용 규모는 당초 계획대로 갈 것이다. (박 대통령의 투자 독려에 따른 영향은) 장기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동에 참석한 또다른 그룹의 관계자는 “투자·고용 계획을 늘리라는 회장님 말씀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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