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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위기의 ‘가구산업 1번지’ 포천
‘가구 공룡’ 이케아 진격에 맞서라

등록 2013-08-26 19:56수정 2013-08-27 15:37

지난 21일 가구 점포가 밀집한 대표 거리 가운데 하나인 경기 포천의 ‘포천 송우가구거리’ 모습. 수지가 맞지 않아 가구점들이 뜬 점포에 패션아웃렛과 옷가게들이 들어서면서 가구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한 모습이다. 롯데마트 제공
지난 21일 가구 점포가 밀집한 대표 거리 가운데 하나인 경기 포천의 ‘포천 송우가구거리’ 모습. 수지가 맞지 않아 가구점들이 뜬 점포에 패션아웃렛과 옷가게들이 들어서면서 가구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한 모습이다. 롯데마트 제공
땡볕이 내리쬐는 지난 21일, 경기 포천시 가산면 공장에서 만난 이기석(48) ‘퓨처퍼니처’ 사장의 얼굴에는 주름이 깊게 패여 있다. 그가 올해로 17년째 국내 ‘가구생산 1번지’로 불리는 포천에서 제조에 매진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최근 10년 동안 업계는 계속 내리막길이다. 공장에선 10명 남짓한 직원이 파티클보드(목재 조각을 압착시켜 만든 가공재)를 자르고 무늬를 입히고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지만, 이 사장에게는 성에 차지 않는다. “여기는 원래 제2공장이었어요. 1400여평 규모인데, 예전엔 1700평 규모의 1공장이 인근에 있었죠. 주문량이 줄어 4년 전에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국내 대표적 가구 제조·유통단지
10년째 매출 줄며 내리막길
가구거리엔 아웃렛 매장 점령

1~2인 가구 증가 등 수요 변화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겹쳐

국내 가구산업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가구공룡’ 이케아가 올해 국내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업계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동시에 협동조합을 꾸리는 등 경쟁력을 키워 맞대응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포천은 국내 대표적 가구 제조·유통 단지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경기도는 국내 10인 이상 가구 제조업체의 절반(58.8%)이 모여있는 국내 1위의 생산지인데, 이 가운데 대다수가 포천을 비롯한 남양주, 파주 등 경기 북부에 집중돼 있다. 포천가구사업협동조합은 10인 미만 영세업체에서 생산하는 부분품까지 합칠 경우, 포천이 국내 수요의 60%를 차지하리라고 추산한다.

그러나 포천의 가구산업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이 사장은 “외환위기 이후 살아남은 업체들은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월드컵이 있던 2002년을 정점으로 업계 매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말했다. 퓨처퍼니처의 경우, 지금 매출은 전성기에 비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국가구산업협회는 국내 10인 이상 업체 수가 2007년 1441개로 정점을 찍은 뒤 해마다 줄어 2011년 1254개로 떨어졌다고 집계했다.

판매점이 밀집한 인근 43번 국도 ‘포천가구거리’에 가보니 사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1~4단지로 구성된 거리의 절반인 1~2단지의 경우, 이미 가구점은 자취를 감추고 패션 아울렛 매장들이 점령해 가구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한 지경이었다. 새 학기를 앞둔 시기지만 손님들도 찾기 어려웠다. 3단지에서 ‘규수방’이라는 가구점을 운영하는 백영애 사장은 “7년째 하며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냈지만, 이젠 유지하기도 벅차다. 몇 년 더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바탕에는 수요 변화와 부동산 경기침체가 있다. 백 사장은 “예전엔 30평 내집 마련을 하면 1000만원대 가구를 마련했는데, 요즘은 작은 집으로 가니 혼수를 해도 300만원 하는 손님이 다수”라고 말했다. 또 1~2인 가구가 늘면서 단가와 마진이 낮은 단순한 제품들이 유행이다. 이날 포천에서 만난 가구 유통사 ‘에이블’의 김태양 대표는 “최근 부동산과 건설 경기가 죽으면서 수요는 더 악화되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에 더해 이케아가 진출하면서 국내 가구산업의 숨통을 끊는 비수가 될까 업계는 떨고 있다. 이케아는 지난 1일 경기 광명 1호점의 건축허가를 얻어 내년 말 개장을 목표로 공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또 포천의 영세 제조업체들을 접촉해, 국내 생산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현지 업체는 전했다.

이케아 내년말 1호점 개장 앞둬
‘숨통 끊는 비수 될라’ 걱정
가구협동조합 결성 등 맞대응
“온라인 판매 먼저 특화”
대기업 유통사와 협업 모색도

이에 돌파구를 찾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퓨처퍼니처를 비롯한 제조사 3개, 유통사 2개 대표들은 지난 6월 ‘한국가구전문가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지난해 말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뒤 결성된 첫 가구협동조합이다. 이기석 사장은 “평소 가구업계에 안면이 있던 5명이 의기투합해 조합을 결성했다. 제조면 제조, 마케팅이면 마케팅 식의 각자 전문분야를 결합해 규모를 갖춘 조직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조합의 최훈식 대표는 “체험 매장을 중심으로 하는 이케아와 달리 온라인 판매를 먼저 특화를 시키고, 내년에는 조합 회원사를 50여개까지 늘려 전국 오프라인 판매망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유통사와 협업 방안도 찾고 있다. 퓨처퍼니처는 롯데마트와 직거래를 통해 현재 진행중인 ‘반값 학생가구 대전’에 들어가는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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