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 고도성장의 ‘뒤탈’
2003년 정연주 사장 부임뒤
국외 플랜트 시장서 공격적 수주
매출액 폭발적으로 늘며 ‘승승장구’
정 사장 ‘영전’, 후임 박 사장 ‘연임’ 올들어 수익악화·감독부실 ‘후폭풍’
1분기 이어 2분기도 적자 수렁
업계 “저가 수주하더니 결국 탈 나”
삼성정밀화학 사고까지 겹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일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전격 경질했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삼성정밀화학 물탱크 공사 사고의 책임을 물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사장의 경질은 단순한 안전사고의 문제가 아닌 삼성그룹 계열사의 ‘고도성장’의 뒷모습을 보여준 사건으로 풀이된다. 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는 8일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진단이 6월에 끝나고 현재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감사가 진행중이다. 국외 프로젝트도 부실한 것으로 판명돼 적정 인원 등의 생산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2분기 매출 2조7000억원, 영업손실 887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에 적자 전환 뒤 연이은 적자였다. 흑자 전환을 예상했던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이전까지 삼성엔지니어링은 승승장구했다. 2003년 부임한 정연주 사장은 매출액 1조원대의 ‘특출나지 않은’ 삼성 계열사를 바꿨다. 정 사장은 국외 플랜트 시장에서 공격적인 수주를 했다. 2006년 1조7169억원이던 매출액은 2009년 3조4714억원으로 껑충 뛰고, 영업이익 역시 1136억원에서 3156억원으로 늘었다. 2008년 금융위기 뒤에도 벌어놓은 일감 덕에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8조8676억원·단독 기준)을 기록했다. 주가도 2011년 최고점(28만1000원)을 찍었다. 정 사장은 이 성과에 힘입어 2010년 삼성물산 대표이사로 영전하고, 박기석 사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박기석 사장이 전임 시이오의 공격적 경영 전략을 수정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2010년 3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위기론과 새로운 먹거리를 얘기하니 계열사 사장들은 실적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는 “당시 삼성엔지니어링과 경쟁이 붙으면 그들은 도저히 견적이 안 나올 것 같은 가격에 수주를 쓸어갔다”고 했다. 하지만 폭발적인 매출액 확대는 수익성 악화와 관리감독 부실이라는 ‘후폭풍’을 불러왔다. 실적이 고꾸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미국 다우케미컬 염소 생산 설비 프로젝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알루미늄 공장 공사 등 여러 곳에서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자체 손실 예상치를 제시하지 않은 것을 볼 때 하반기에 추가 손실을 정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는 ‘저가 수주’가 탈을 낸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운이 좋으면 뒤 프로젝트를 통해 적자를 가렸겠지만, 여러 방법을 써도 못 막을 만큼 부실이 커진 것”이라고 했다. 엔지니어링업계의 매출과 수익은 수주를 한 뒤 보통 3~4년 사이에 발생한다. 이에 대해 삼성엔지니어링 홍보팀 관계자는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새로운 시장과 영역에 도전하던 중 예측하지 못한 리스크가 나온 것이었다. 나름대로 판단한 것이지 저가 수주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사고도 발생했다. 3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울산 삼성정밀화학 물탱크 사고에서 원청업체는 삼성엔지니어링이었다. 울산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전날 발견된 누수를 막지 않고 물탱크 시험을 진행한 것에 대해 원청의 관리감독 문제는 없는지 조사중”이라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 등 엔지니어링업계에 불공정거래가 있다며 경고와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김상조 소장은 “이번 삼성엔지니어링의 부실은 한국 건설업계 전반이 저가 수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무리한 수주를 하지 않게 하는 삼성의 시스템이 와해됐을 가능성도 시사해준다”고 했다. 일단 채우고 본 ‘물탱크’는 결국 터지고 말았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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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플랜트 시장서 공격적 수주
매출액 폭발적으로 늘며 ‘승승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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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이어 2분기도 적자 수렁
업계 “저가 수주하더니 결국 탈 나”
삼성정밀화학 사고까지 겹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1일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전격 경질했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삼성정밀화학 물탱크 공사 사고의 책임을 물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사장의 경질은 단순한 안전사고의 문제가 아닌 삼성그룹 계열사의 ‘고도성장’의 뒷모습을 보여준 사건으로 풀이된다. 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는 8일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진단이 6월에 끝나고 현재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감사가 진행중이다. 국외 프로젝트도 부실한 것으로 판명돼 적정 인원 등의 생산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2분기 매출 2조7000억원, 영업손실 887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에 적자 전환 뒤 연이은 적자였다. 흑자 전환을 예상했던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이전까지 삼성엔지니어링은 승승장구했다. 2003년 부임한 정연주 사장은 매출액 1조원대의 ‘특출나지 않은’ 삼성 계열사를 바꿨다. 정 사장은 국외 플랜트 시장에서 공격적인 수주를 했다. 2006년 1조7169억원이던 매출액은 2009년 3조4714억원으로 껑충 뛰고, 영업이익 역시 1136억원에서 3156억원으로 늘었다. 2008년 금융위기 뒤에도 벌어놓은 일감 덕에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8조8676억원·단독 기준)을 기록했다. 주가도 2011년 최고점(28만1000원)을 찍었다. 정 사장은 이 성과에 힘입어 2010년 삼성물산 대표이사로 영전하고, 박기석 사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박기석 사장이 전임 시이오의 공격적 경영 전략을 수정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2010년 3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 위기론과 새로운 먹거리를 얘기하니 계열사 사장들은 실적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는 “당시 삼성엔지니어링과 경쟁이 붙으면 그들은 도저히 견적이 안 나올 것 같은 가격에 수주를 쓸어갔다”고 했다. 하지만 폭발적인 매출액 확대는 수익성 악화와 관리감독 부실이라는 ‘후폭풍’을 불러왔다. 실적이 고꾸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미국 다우케미컬 염소 생산 설비 프로젝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알루미늄 공장 공사 등 여러 곳에서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자체 손실 예상치를 제시하지 않은 것을 볼 때 하반기에 추가 손실을 정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는 ‘저가 수주’가 탈을 낸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운이 좋으면 뒤 프로젝트를 통해 적자를 가렸겠지만, 여러 방법을 써도 못 막을 만큼 부실이 커진 것”이라고 했다. 엔지니어링업계의 매출과 수익은 수주를 한 뒤 보통 3~4년 사이에 발생한다. 이에 대해 삼성엔지니어링 홍보팀 관계자는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새로운 시장과 영역에 도전하던 중 예측하지 못한 리스크가 나온 것이었다. 나름대로 판단한 것이지 저가 수주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사고도 발생했다. 3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울산 삼성정밀화학 물탱크 사고에서 원청업체는 삼성엔지니어링이었다. 울산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전날 발견된 누수를 막지 않고 물탱크 시험을 진행한 것에 대해 원청의 관리감독 문제는 없는지 조사중”이라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 등 엔지니어링업계에 불공정거래가 있다며 경고와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김상조 소장은 “이번 삼성엔지니어링의 부실은 한국 건설업계 전반이 저가 수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무리한 수주를 하지 않게 하는 삼성의 시스템이 와해됐을 가능성도 시사해준다”고 했다. 일단 채우고 본 ‘물탱크’는 결국 터지고 말았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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