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6차 남북협상이 끝내 결렬된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비공개회의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개성공단 비상대책회의
“공단 철수 중대결단 나올 수도”
기업 대표들 통일부 항의 방문
“공단 철수 중대결단 나올 수도”
기업 대표들 통일부 항의 방문
“길거리에 버려진 느낌입니다.”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나인모드 대표)의 얼굴은 이야기 내내 어두웠다. 남북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결렬 위기에 봉착한 다음날인 26일 ‘개성공단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임원과 기업 대표들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7층 사무실에 모여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참가 기업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먹구름이 끼었다.
이날 회의에선 정부에 대한 강한 성토가 이어졌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익명을 원한 한 참석 기업 대표는 “북한 쪽이 제시한 수정안을 보니 전에 없이 양보한 입장으로, 이 정도면 가동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대체적인 입장이었다. 결렬 위기까지 간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만나 개성공단 유지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과 함께 설비 점검 인력의 방북 및 체류 허용 등을 요청했다. 문창섭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원부자재 반출 때 설비를 확인하니 장마 습기로 인해 훼손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8월까지 보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가동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주재원 등의 생존권 보장 방안 마련 △경협보험금의 신속한 집행 △긴급 대출자금 지원 등 4가지 사항을 정부에 요구했다.
비대위는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철수라는 ‘중대 결정’을 기업 쪽에서 먼저 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한 기계·전자업계 입주기업 대표는 “이번에 회담이 결렬 직전까지 몰린 데 대한 기업들 인식이 심각하다. 중대 결단(철수)을 내리는 기업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일 공단 입주 46개 기계전자 부품기업들은 이미 “조치가 없으면 설비를 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뒤 남북 당국은 전격적으로 공단 가동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입주 기업들은 협상 재개에 대한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옥 부회장은 “정부에서 아직 이걸로 끝이라고 공식적인 호루라기를 불지는 않았다. 개성공단은 기업이 망하는 문제를 떠나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지켜내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공단 정상화를 위해 오는 30일 관련 인원이 대거 참여하는 입장 발표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개성공단 사업을 주도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민주당 상임고문)과 민주당 전순옥 의원이 비대위 사무실을 방문해 기업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댔다. 정 전 장관은 “(가동 중단의) 명백한 책임이 있는 북은 재발 방지 약속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남은 죽어가는 업체들 입장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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