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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희망버스 폭력’ 프레임 뒤에 숨는 현대차

등록 2013-07-23 21:01수정 2013-07-23 22:26

현장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사내 하청)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3차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현대차 관계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충돌이 벌어진 다음날(22일). 노무를 담당하는 회사 홍보실 임원에게 전화를 걸어 입장을 물었다. “사내 하청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협의(특별교섭)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사안에 대해 코멘트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말이 돌아왔다.

현대차를 대신해 희망버스의 “치밀하게 기획된 폭력”을 비판한 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단체들이었다. 심재철·김기현 의원 등 여권 정치인들은 “끝까지 법적인 책임을 물으라”고 맞장구를 쳤고, 검찰과 경찰은 합동수사본부를 꾸리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보수 언론과 경제지들은 이를 받아 썼다.

짐짓 물러나 있는 듯했지만 사실 현대차는 지난 이틀 동안 꽤나 바빴다. <한겨레> 등 일부를 제외한 언론사에 참고자료를 돌리며 우호적 여론을 만들고 있었던 거다. ‘폭력으로 얼룩진 희망버스’란 한 자료에는 2010년 이후 하청노조의 생산라인 점거 등 ‘불법행위’와 이에 대한 비판적 시민 여론이 세세히 담겨 있었다. 현대차 홍보실 직원들이 전화를 돌려 ‘시위현장에서 술판을 벌였다’거나, 외부세력의 정파 분석 등 깨알 같은 팩트들을 전달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런 전방위적 노력 덕분일까. 현대차가 대법원 확정판결(사내 하청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내용)을 3년째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묻혔다. 남은 건 ‘폭력’ 논란뿐이었다.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자동차 때와 달리 단 하루 만에 사태를 돌려놓는 걸 보면 역시 현대차가 대단하긴 하다.” 한 노동운동가도 혀를 내둘렀다.

폭력 사태로 도배된 신문들을 보다가 문득 얼마 전 현대차 고위 임원으로부터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는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선, 왜곡된 노사 관계를 반드시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긴 얘기였지만, 요지는 간단했다. ‘강성노조와 돈으로 대충 타협하다간 회사가 망한다. 노조를 귀족노조라는 프레임으로 비판하기보다 회사의 성장 열매를 나누는 협력의 파트너로 삼겠다. 대신 폭력 등 불법 행위와 근무기강 해이 등 규정 위반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응하는 방향으로 나가겠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사내 하청 직원들을 협력의 파트너로 보고 있을까? 현대차는 사내 하청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협의를 진행하면서도, 이해의 직접 당사자인 비정규직 지회를 공식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규직 노조와 얘기할 테니 먼저 둘 사이의 이견을 정리하고 오라”는 말만 반복한다. 비정규직 지회는 폭력을 쓸 경우 엄단해야 할 대상일 뿐인 셈이다. 서로 이해가 맞물릴 수밖에 없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 틈새에서 회사만 ‘꽃놀이패’를 즐기는 모양새다.

그사이 시간만 자꾸 흐른다. 철탑 위 농성자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도 한계에 이르렀다. 지도부엔 폭력을 주도하고 있다는 뭇매가 쏟아지고 있다. 폭력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에둘러가는 현대차가 과연 진짜 타협을 원하는지는 의문이다. 혹시 비정규직 지회의 자연스런 소멸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가?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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