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남양유업 대표(앞줄 왼쪽 둘째)와 이창섭 피해대리점협의회 회장이 18일 서울 중구 중림동 엘더블유컨벤션에서 서명한 ‘남양유업 정상화를 위한 공동 선언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회사-피해대리점 공동회견
“배상중재기구 한달안 구성
대리점주들 영업권 보장”
“배상중재기구 한달안 구성
대리점주들 영업권 보장”
‘갑의 횡포’에 대한 대중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던 남양유업 사태가 일단락됐다. 남양유업과 피해 대리점주들은 18일 서울 중구 엘더블유(LW)컨벤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의 임의 발주(밀어내기)로 인한 피해 보상과 불공정 행위 근절에 대한 양쪽의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밝혔다.
양쪽은 상생협약안을 통해 피해보상기구를 만들어 실질적인 피해액을 산정해 보상하고, 불공정거래 행위는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안을 만들어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또 상생위원회를 설치해 재발을 방지하고 문제를 제기했던 대리점주들의 영업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합의안에 포함됐다.
피해 점주들이 꾸린 남양유업 대리점협의회(협의회)의 이창섭 대표는 이 자리에서 “그동안 많은 굴곡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민의 관심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이제 그런 시간들을 뒤로 하고 남양유업이 모범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회사와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웅 남양유업 대표이사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임직원이 반성하고 대리점과 동반자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피해 보상액 산정은 숙제로 남았다. 양쪽은 이를 위해 회사, 대리점주, 양쪽이 공동으로 추천한 외부 전문가가 각각 1명씩 참여하는 ‘배상중재기구’를 한 달 안에 구성하고 개별 피해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액수는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협의회는 협상 타결과 함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김웅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들에 대한 모든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했다.
밀어내기 문제로 대리점 영업을 떠났던 일부 점주들도 다시 복귀하게 됐다. 정승훈 협의회 총무는 “전체 협의회 회원 135명 가운데 현직 점주 38명은 그대로 대리점을 운영하고 전직 점주 5명도 복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쪽은 “추가적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분들이 있으면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 사태는 올해 1월 피해점주들이 회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고 본사 앞에서 시위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그러다 지난 5월 본사 영업사원의 ‘욕설 녹음파일’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만연한 ‘갑을 문제’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떠올랐다. 이후 불매운동이 확산되며 남양유업 제품의 매출은 급감했다. 양쪽은 수십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의견을 좁히지 못했고, 이창섭 대표는 19일 동안 단식투쟁을 벌이다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17일 밤 협상 타결로 6개월 동안의 사태는 일단락됐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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