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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몽준 장남 정기선씨 31살에 부장
재벌의 ‘승진 에스컬레이터’ 당연한 일?

등록 2013-06-14 15:13수정 2013-06-16 13:41

정기선(31) 부장
정기선(31) 부장
최소 20년 근무해야 부장되는 게 일반적인데…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 기선(31)씨가 13일 현대중공업의 부장으로 복귀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00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던 기선씨가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뒤 회사에 복귀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원래 자리였던 대리나 그 위인 과장으로 오지않고 부장으로 복귀했다. 재벌 총수일가의 아들이 타는 ‘승진 에스컬레이터’가 일반 직장인과 달리 초고속인 것은 정상적인 걸까?

정기선씨의 경력을 보면 현대중공업에서 일한게 7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 대리로 일했다. 7개월 동안 일한 뒤 그해 8월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에서 스탠퍼드대학 엠비에이(MBA·경영학 석사)를 땄다고 한다. 이후 경영컨설팅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일해왔다고 한다.

조선소와 사무실에서 2만60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에서 부장급은 보통 40대 후반이거나 50대 초반이다. 정씨가 27살에 처음 대리를 단 것도 빠르긴 하지만, 이번엔 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어지는 승진 과정을 모두 뛰어넘었다. 현대중공업에서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부장 윗 등급인 상무보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은 사람도 1965년생이다. 정씨는 1982년생이다.

물론 정씨의 승진만 다른 재벌 총수 가족의 승진 속도와 견줘 빠르다고 할 순 없다. 삼성전자의 이재용(45) 부회장은 21살에 삼성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그후 2009년 부사장, 2010년 사장을 거쳐 2012년말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의선(43)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39살에 부회장의 자리에 올랐다.

허창수 지에스(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34)씨도 지난해말 상무로 승진했다. 허씨는 2002년 지에스칼텍스에 입사한 뒤 2010년 부장이 된데 이어 3년만에 상무가 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인 김동관(30)씨도 2010년 입사한 뒤 현재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자녀인 조현아(39)씨와 조원태(37)씨도 올 초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재벌 기업 내부의 이런 승진 관행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해 내놓은 ‘재벌 승계는 어떻게 이뤄지나’ 보고서를 보면, 재벌 총수 일가의 평균 입사 나이는 27.9살, 임원 승진은 34살, 사장 승진은 42.2살, 그룹회장 승진은 54.2살로 나타났다. 삼성·현대차·에스케이(SK) 등 상위 20대 재벌의 총수 일가 107명을 대상으로 경영권 승계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11년에 국내 254개 기업을 조사해 발표한 ‘승진·승급 관리 실태’를 보면 일반 직장인이 부장이 되는데는 평균 17.3년이 걸렸다. 임원은 21.2년이 소요됐다. 일반 직장인은 30대에 부장을 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경제개혁연구소 쪽은 “재벌 2세가 일반인에 견줘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다보니 객관적으로 경영능력을 검증할 수 없어,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벌 총수 일가의 ‘광속 승진’ 당연하게만 봐야할까?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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