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재단에서 비영리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의 이근행 총괄 프로듀서(왼쪽부터), 김용진 대표, 최승호 프로듀서가 국제탐사언론인협회와의 공동작업을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관련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유령회사 연결 국외계좌 용도는
싱가포르 지점에 한국인 2명 근무
현지 업계 “검은돈 유치 위해 고용”
SK 임원 출신 비밀계좌도 이곳에
중개한 법률사무소도 싱가포르에
외국인도 20만원이면 법인 ‘뚝딱’
“회사 실제 주인 아무도 모른다”
싱가포르 지점에 한국인 2명 근무
현지 업계 “검은돈 유치 위해 고용”
SK 임원 출신 비밀계좌도 이곳에
중개한 법률사무소도 싱가포르에
외국인도 20만원이면 법인 ‘뚝딱’
“회사 실제 주인 아무도 모른다”
전재국씨가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려 했던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을 하지 않는 프라이빗뱅킹(PB)이다. 이 은행에는 한국인 2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모두 임원급이다. 김아무개씨와 정아무개씨로, 정씨는 한국과 일본, 캐피탈 시장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인 고객이 적잖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는데, 실제 지난달 27일 2차 명단 공개 때 등장한 에스케이(SK)그룹 임원 출신 조민호씨의 비밀 계좌도 이 은행에서 관리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싱가포르 현지 외국계 은행의 임원은 아랍은행의 한국인 직원들이 취급한 돈은 ‘블랙머니’(불법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외국계 은행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삼성·엘지(LG) 등 우리 기업과의 거래를 맡는 기업금융 쪽에서 일하지만 프라이빗뱅킹 쪽에도 ‘뱅크오브싱가포르’ 등 상당수 있다”며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은행이 이들을 고용하는 이유는 한국인들의 ‘블랙머니’를 취급하기 위한 것이고, 여러명이 있는 것은 그만큼 규모가 꽤 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전씨의 계좌 설립을 중개한 법률사무소(PKWA) 역시 싱가포르에 있다. 싱가포르는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이나 외국법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법적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현지 법인 설립 때도 자본금에 대한 규제가 없어 단돈 1달러만 들여 세울 수 있다. 여기에 설립을 도와주는 이른바 ‘비서기업’이라 불리는 대행업체는 물론 회계법인, 법무법인도 상당히 많다. 현지에서 법인 설립을 돕는 한 회사 관계자는 “회사 성격에 따라 20만~100만원만 있으면 법인 설립이 가능하고, 현지인을 이사로 채용해야 한다는 요건 역시 대행사에서 사람을 구해줘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로 1달러 자본금으로 설립된 싱가포르 기업들이 홍콩의 법인을 통해 한국에 투자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 돈의 주인은 아무도 모르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가 조세회피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은 이처럼 잘 발달된 시스템 때문으로 추정된다. 국세청과 검찰 등 당국이 싱가포르에 위치한 이들 은행과 법률사무소, 역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업체 ‘포트컬리스 트러스트넷’(PTN)의 내부거래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정훈 송경화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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