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편의점 300개 조사
적자·현상유지 82% 달해
적자·현상유지 82% 달해
“편의점은 초기 투자비용이 다른 가맹사업에 비해 아주 적은 편입니다. … 하지만 편의점은 일단 시작을 하게 되면 그 순간 ‘새우잡이 배’를 타게 되는 겁니다. 예상했던 만큼 수입이 안 돼서 그만두려고 해도 해지 위약금이니 인테리어비니 해서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고….”(중소기업중앙회 현장조사에서 밝힌 한 편의점 사장의 증언)
대기업 편의점 가맹본부의 빠른 점포 확장으로 개별 편의점의 수익성 악화와 편의점주의 잇따른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편의점의 경영수지 악화를 보여주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기중앙회는 30일 서울 여의도 이 단체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편의점의 65%는 기대수입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전국 300개 편의점을 대상으로 이달 6~23일 전화조사 방법으로 했으며, 지난해 이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가 된 뒤 편의점을 대상으로 이뤄진 전국 단위의 첫 설문조사다.
편의점 5곳 가운데 4곳은 사업을 통해 거두는 수익(인건비 제외)이 없다고 답했다. 경영수지 상황에 대한 질문에 “현상유지”라고 답한 사장이 49.7%로 가장 많았고, “적자상태”라고 답한 곳도 32.7%에 달했다. “흑자”라고 답한 곳은 17.6%에 그쳤다. 중기중앙회 조사 담당자는 “현상유지란 본인 인건비를 포함해 사업 운영 비용을 대고 나면 남는 수익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점포를 열기 전 가맹계약 때 가맹본부에서 제시한 예상매출액을 달성하고 있다고 답한 편의점도 34.7%에 불과했다. 본부가 제시한 하루 매출의 평균은 144만원이었다. 그러나 실제 일어난 매출 평균은 121만원으로 84%에 그쳤다. 편의점의 58.7%는 현재 시장을 “과잉 경쟁 상태”로 인식했다.
흑자를 내지 못하는 주요 이유로는 “24시간 영업에 따른 인건비 등 비용 과다”가 62.2%로 1순위로 꼽혔다. 복수 응답으로 이뤄진 해당 질문에서 “가맹본부에 내는 이익배분(로열티) 과다”(45.2%), “매출 부진”(44.7%) 등이 뒤를 이었다. 심야시간(새벽 0~6시)은 전체 영업시간의 4분의 1에 해당하지만, 평균 매출액 비중은 16.7%에 불과했다.
편의점 40%는 “가맹본부로부터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주요 이유는 ‘필요 이상의 상품구입 또는 판매목표 강제’(52.5%), ‘부당한 24시간 영업시간 강요’(46.6%), ‘부당한 상품공급·영업시간 강요’(44.9%) 순이었다. 남양유업에서 불거진 ‘밀어내기’ 관행이 편의점에서도 나타난 셈이다.
한편, 편의점 업계 1위 비지에프(BGF)리테일 박재구 대표이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 회사 씨유(CU) 편의점주 김아무개(53)씨가 지난 17일 숨진 사건과 관련해 “고인에 대한 깊은 애도와 유가족께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앞서 비지에프리테일은 김씨가 계약 해지 논의 중에 수면유도제를 먹고 숨진 사건에 대해, ‘평소 앓고 있던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며 사망진단서를 공개한 바 있다. 이에 유가족과 참여연대 등은 “회사가 항히스타민제(수면을 유도하는 약품 성분) 중독이라는 원인을 임의로 가린 사망진단서를 공개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며 홍석조 회장 등을 사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박 대표는 고발과 관련해 “잘못된 업무 처리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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