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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악마의 땅’을 ‘천사의 농장’으로

등록 2013-05-29 20:39수정 2013-05-29 22:36

유니베라, 멕시코 농장 일구며 사회연금 보장·자녀학비 지원
세이브더칠드런·유니세프한국, ‘아동친화경영’ 9개 기업 선정
‘악마의 땅’을 ‘천사의 농장’으로 바꾼 것은 아동친화 경영이다.

1991년 건강기능식품 회사인 유니베라가 알로에를 키우기 위해 선택한 멕시코 탐피코 농장은 척박한 곳이었다. 토착민들은 이곳을 ‘아무 것도 나지 않는 악마의 땅’이라 불렀다. 유니베라는 불모지를 옥토로 바꾸기 위해 원칙을 세웠다. 농장이 잘 되기 위해서는 현지인의 삶의 질이 함께 향상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니베라는 현지인을 고용해 일자리를 줬다. 현지 많은 회사들이 무시하던 최저임금을 보장했다. 사회연금도 지급했다. 농장의 작업시설도 개선해 노동자의 안전과 가족의 생활을 지켰다. 1년 이상 근무한 직원 자녀를 위한 대학 학비지원제도도 만들었다.

그 결과 척박했던 233만평 알로에 농장은 현지 직원 254명(2012년 말 기준)에게 희망을 주는 농장으로 바뀌었다. 직원들은 해마다 조금씩 낡은 집도 고치고 자녀를 학교에 보낸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부모가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아동에겐 교육의 기회 등 적절한 삶의 질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29일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지원하는 기업 경영의 모범사례로 유니베라 등 9개 기업이 선정됐다. 국제아동권리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과 유니세프(UNICEF) 한국위원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터와 시장, 환경 및 지역사회 등 3개 부문에 걸쳐 기업의 아동친화경영 여부를 조사해 30일 시상식을 연다고 밝혔다.

일터 부문에서는 유한킴벌리와 유니베라, 시장 부문에선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에이드그린이 선정됐다. 환경 및 지역사회 분야는 엘지(LG)전자, 현대자동차, 제닉,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선정됐다.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선정작업을 맡아 3년 이내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발간한 기업 124곳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아동권리 보장은 축구공을 만들며 착취당하는 제3세계 어린이만을 향하지 않는다. 지속균형발전을 위한 유엔(UN) 산하 전문기구인 ‘유엔글로벌콤팩트’ 등이 발표한 ‘아동권리와 경영원칙’은 18살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산현장 뿐만 아니라 시장·환경·지역사회 등에서 아동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계적 가구업체인 스웨덴의 이케아는 원료구매와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아동노동 금지와 아동 관련 제품에 안전성이 확보되는지 여부를 협력업체와 함께 독립적 검증기관의 확인을 거치고 있다.

아동친화경영 심사를 맡은 이영면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국내 기업은 제품의 안전에 대한 충족도는 비교적 높으나 아동권리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마케팅에 대한 사례는 부족하다. 또 아동권리 보호에 대해서도 (기준보다) 충족도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산업현장에선 특성화고 학생이 실습 도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아동 보호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다.

환경 및 지역사회 부문 우수사례로 선정된 엘지전자는 질병퇴치를 위한 아프리카 지역 백신 개발 후원, 긴급상황에 처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한킴벌리는 출산·양육환경을 보장하는 기업문화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저소득층 아동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이 선정 이유로 꼽혔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중소업체와 손잡고 어린이 교통안전 프로그램을 내놓은 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상식은 30일 오후 2시 서울 수하동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린다. 이날 함께 열리는 ‘아동친화경영 국제콘퍼런스’에는 세이브더칠드런 스웨덴이 중국에 설립한 사회적 기업 ‘아동권리와 기업사회책임센터’의 산나 존슨 사무총장의 사례 발표도 예정돼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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