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넌 헨 대표. 사진 아이쿱생협 제공
세계 최초 공정무역 와인 ‘탄디’ 버논 헨 대표
남아공 첫 백인연계 자립형 농장
흑인들 경제적 자립 도우려 시작
작년 포도주로 7억원 매출 올려
동정심은 사양…품질 자신 있어
남아공 첫 백인연계 자립형 농장
흑인들 경제적 자립 도우려 시작
작년 포도주로 7억원 매출 올려
동정심은 사양…품질 자신 있어
세계 최초의 공정무역 포도주 ‘탄디’의 버넌 헨(사진) 대표가 지난 11일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이 흑인 민중을 옥죄었던 1980년대 청소미화원에서 지금은 와인회사 대표로 세계를 누비는 그는 “공정무역을 통해 탄디 공동체는 변화하고 있다. 이윤을 지역사회의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시청 지하 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에서 만난 헨 대표는 “탄디 와인은 아프리카 흑인 농장의 경제적 자립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라고 소개했다. ‘탄디’란 아프리카계 코사인 말로 ‘사랑 또는 키우다’라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탄디 와인의 모체가 된 ‘탄디 공동체’는 1994년 흑인·백인 동시 총선거에 이어 이듬해 탄생했다. 그는 “당시 사회 분위기는 모든 백인들을 몰아내자는 쪽이었지만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호소로 화해의 길로 나갈 수 있었다. 탄디 역시 덕분에 남아공 최초의 백인과 연계한 자립형 농장으로 태어났다”고 말했다.
백인인 폴 클루버는 남아공 서남부의 엘긴 지역에 위치한 자신의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에서 흑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자 ‘탄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정부기관인 남아공 삼림조합과 함께 200헥타르의 포도밭을 공동체에 빌려줬고 이를 발판으로 이 지역 147개 농가가 노예와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 자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사람들은 포도를 더 좋은 값에 팔 방안으로 와인회사를 세워 탄디 와인을 만들었고 2003년 포도주로는 처음 공정무역 인증을 받았다.
현재 탄디 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는 농가는 250개로, 포도 말고도 사과·배 등 다양한 작물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포도주 생산량은 750㎖ 기준 7만7천병으로, 약 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탄디 와인의 지분 가운데 3분의 2를 농가 공동체가 소유하고 있다.
수익은 미래를 위해 재투자하는데 그중 3분의 1은 공동체를 위해 쓰인다. 탄디의 아이들은 스스로 원하면 학교 등록금에서 교복값까지 회사의 지원을 받아 공부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대학 졸업생이 나왔다”며 뿌듯해했다.
공정무역이 제3세계 산업을 부가가치도 낮고 값도 싼 농산물 생산에 묶어 놓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과 더불어, 인위적으로 값을 높게 쳐주는 바람에 일부 작물의 과대 생산과 가격 폭락 같은 부작용도 일어나고 있다. 그는 “탄디 역시 가격 경쟁력 등의 이유로 더이상 과일에 대한 공정무역 인증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와인에 대해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공정무역 제품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동정심으로 제품을 구매해 달라고 하지 않는다. 공동체 자립을 위해 자부심을 가지고 만든 와인인 만큼 품질에도 자신이 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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