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20명중 대다수 찬성론자
경실련 “거수기 노릇 가능성 커”
경실련 “거수기 노릇 가능성 커”
철도 민영화(경쟁체제 도입) 논의가 5월 말 시한을 두고 급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밀실 논의’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구성한 민간위원회는 철도 민영화 찬성론자 일색으로 꾸려진데다, 지금까지 정부안에 대해 설명조차 듣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겨레>가 입수한 민간위원회 명단을 보면, 국토부는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을 자문위원장으로 시민단체와 학계 등 20명으로 구성된 민간위원회를 4월 중순께 구성했다.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정부 주도의 정책 추진은 많은 갈등과 논란을 야기했다”며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민간 차원의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정책결정에 반영하겠다”고 그 취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민간위원회는 그 구성과 활동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먼저 자문위원 가운데 상당수가 과거 국토부의 철도 민영화 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던 ‘철도산업발전포럼’ 출신 인사들이다. 서광석 한국교통대 교수를 비롯해,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고승영 서울대 교수 등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찬성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시민단체 가운데는 지난해 철도 민영화 지지 의사를 밝힌 납세자연맹과 소비자단체협의회 인사가 포함됐다. 철도기술연구원, 철도협회 등 국토부의 유관기관으로서 국토부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기관에서도 위원으로 대거 참여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민간위원회가 철도민영화를 지지하기 위한 거수기 노릇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불참 의사를 표시했다. 국토부는 앞서 박수현 의원실(민주당)의 위원회 명단 공개 요청에도, “객관적인 토론에 지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국토부는 앞서 대통령 업무보고 등에서 5월 말까지 경쟁체제 도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으며, 코레일 등과 물밑 교섭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국토부는 14일 아침 2차 전체회의에 민영화 도입 일반노선 확대 등을 포함한 철도경쟁체제 도입 방안을 민간위원회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코레일의 가장 큰 흑자 노선인 ‘서울~부산’ 승객을 둘로 나누는 수서발 케이티엑스는 민간지분이 49% 포함된 별도 회사를 설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기에 2015년 이후 개통되는 ‘성남~여주’, ‘부산~울산’, ‘소사~원시’, ‘원주~강릉’ 등 4개의 일반노선 역시 민영화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국철도노동조합 김재길 정책실장은 “국토부가 공론화를 미루며 밀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철도산업의 장래가 달린 결정을 밀실에서 진행하고 예정일을 보름여 앞두고서야 공개하는 것은 대단히 오만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박수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철도 민영화를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며 “국토부가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것인지, 박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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