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익 한신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 교수
기고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뒤로 1000개 이상의 협동조합 설립이 행정관청에 접수됐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들의 필요의 산물이고 상상력의 소산이라는 점을 실감하면서도, 과연 몇 개나 지속될 수 있을지 자못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협동조합도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844년 로치데일 소비자협동조합 설립 이전에도, 도시 노동자들이 생필품의 부정직한 거래를 바로잡기 위해 여러 소비자협동조합을 설립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문을 닫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외상거래였다. 외상거래의 한도를 둘러싸고 조합원 사이에 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외상거래의 상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조합원들의 기회주의적 행동 때문이었다. 조합원들이 무조건 조합 매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근 점포와 가격을 비교해 저렴한 물건만 선별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면서 출자금은 적게 납입하는 무임승차 조합원들이 점점 많아졌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일반 사기업은 일시적 덤핑을 통하여 협동조합을 고사시키는 전략을 채택했다.
로치데일 협동조합은 일부 조합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외상거래가 아닌 현금거래의 원칙을 처음으로 채택했다. 또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용액에 비례한 배당 원칙을 고안해 냈다. 조합원이 1년 동안 조합에서 구매한 총액(이용액)을 기준으로 연말 잉여금을 조합원에게 배당하는 방식이다. 그리하여 재무구조는 건전하게 되었고, 조합원 1인당 조합 물품 이용액이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공급가격이 낮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였다. 유럽의 소비자협동조합들은 그 뒤로 도매사업기능을 담당하는 연합사업조직을 출범시키고 조달과 물류 등에서 전문성을 대폭 강화하면서, 사업과 경영의 안정성을 확고히 할 수 있게 되었다.
협동조합이 대규모로 발전한 이후에도 실패하는 사례는 적지 않게 보인다. 1980년대 후반에는 잘나가던 프랑스 소비자협동조합의 연합사업조직, 1990년대 중반에는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의 대규모 소비자협동조합들과 연합사업조직들이 소매유통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산하였다. 2002년에는 매출액 122억달러의 미국 최대 농협인 팜랜드와 10위 농협인 애그웨이가 잇달아 파산하였다. 캐나다에서 가장 큰 농협인 서스캐처원 휘트 풀은 2002년 경영난 타개를 위해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길을 선택했다. 1986~2003년 캐나다 농협의 시장점유율은 거의 모든 농업 분야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실패 사례들은 이용자가 소유자가 되는 협동조합 기업방식에 내재되어 있는 단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질 때, 협동조합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해준다. 특히 설립 초기에 조합원 간 분쟁을 줄일 수 있는 이해관계의 동질성 확보와 협동 문화의 촉진, 개별 조합 내부의 분쟁을 중재하고 지원해줄 수 있는 연합조직의 형성이 요구된다. ‘협동의 마음’만큼이나 ‘비즈니스를 통한 가치의 창출’에 노력을 기울이는 ‘협동조합적 기업가 정신’의 함양도 기대된다.
장종익 한신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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