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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STX-삼성물산, 호주 광산 개발 ‘저가수주’ 싸고 시끌

등록 2013-04-26 08:13수정 2013-04-26 15:28

로이힐 광산 개발 프로젝트 진행 예정지인 서호주 필바라 지역.  STX중공업 제공
로이힐 광산 개발 프로젝트 진행 예정지인 서호주 필바라 지역. STX중공업 제공
 플랜트·건설 시장에서 ‘저가 수주’ 논란이 불붙고 있다. 국외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낮은 가격’에 입찰하게 되고, 결국 손실을 입는 등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23일 국무회의에서 “외국에서 수주 시 덤핑 등으로 서로 손해를 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언급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이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로이힐 광산 개발 프로젝트에서 수주에 실패한 에스티엑스(STX)중공업의 탄원서다. 에스티엑스중공업은 청와대 등에 낸 탄원서에서 “삼성물산은 (로이힐에서) 오직 자사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하여 포스코-에스티엑스 컨소시엄의 수주를 교란·방해하는 등 상도의를 저버리고, 플랜트 업체에 대한 국가적 요구에 반해 막대한 국부의 유출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기업 사이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격한 표현까지 나온 로이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날아간 광산 지분 투자 로이힐 광산 개발 프로젝트는 호주 기업 핸콕이 보유한 서호주 필바라 지역 철광산의 인프라 건설 공사를 추진하는 초대형 플랜트·토목 계약 건이었다. 2010년 1월 포스코와 에스티엑스 그룹은 핸콕이 만든 로이힐홀딩스에 지분을 투자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1조7000억원을 투자해 로이힐홀딩스 지분 12.5%를 확보했고, 에스티엑스 그룹도 없는 살림에 1500억원을 쏟아부었다. 에스티엑스 관계자는 “당시 지분 투자를 통해 계열사인 에스티엑스중공업이 광산에 필요한 운송 및 항만시설 건설 프로젝트를 따내는 것이 주목적이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에스티엑스 컨소시엄은 약 1년7개월 동안 프로젝트 준비에 들어갔다. 임직원 100여명을 파견하고 약 8000만 호주달러(917억원)를 비용으로 투입했다고 한다.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투자설명회에서 “이피시(EPC·설계 구매 시공) 계약 세부조건 몇가지만 타결되면 다음달엔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샴페인 터뜨리는 일만 남았다는 분위기였다.

 ■ 삼성물산이 터뜨린 샴페인 샴페인은 터지지 않았다. 발주처는 계약 대신 삼성물산에 지난해 12월 전체 프로젝트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5월 전체 공사 가운데 항만 등 일부에 대해 견적서를 낸 바 있었다. 발주처가 포스코 컨소시엄이 내놓은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자, 삼성물산을 끌어들인 것이다. 에스티엑스중공업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10번이나 견적을 다시 내달라고 할 정도로 가격을 낮추려는 요구가 심했다”고 했다.

 삼성물산은 올 1월 30여명의 직원을 전체 공사 견적작업을 위해 호주로 파견했다. 두달 뒤 삼성물산은 최종 입찰에서 57억달러를 써내, 63억달러를 써낸 포스코 컨소시엄을 제쳤다. 역전승이었다.

 에스티엑스 쪽은 격분했다. 1년 동안 호주 현장에 있다 온 에스티엑스중공업 관계자는 “견적이 맞다, 안 맞다는 말은 못하지만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견적을 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공정관리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모르지만 그 짧은 기간의 연구로 6억달러를 극복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 역시 이 수주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입찰할 때 누구도 마이너스라고 생각하고 써내진 않는다. 하지만 국외 공사는 설계가 수차례 바뀐다. 프로젝트를 제대로 연구할 시간이 부족했다면 공기를 맞추기 힘든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의 공사 기한은 32개월이다.

 에스티엑스 중공업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소송까지 준비했지만, 컨소시엄 주관사인 포스코 건설이 동의하지 않아 소송에 들어가진 못했다. 포스코 쪽은 로이힐 광산에서 철광석을 받아야할 입장이어서, 포스코 건설의 수주 실패에 대해 말 못하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쪽은 “직원들이 밤을 새워가며 입찰가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를 했고, 철도·항만 등은 우리가 경쟁력이 있는 분야다. 또 그동안 확충된 전문 인력도 있어 공사기간 내 충분히 수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뒷감당은 누가 하나? 삼성물산은 로이힐 프로젝트를 수주한 뒤 호프데이를 열었다. 예전만큼 분위기가 떠들썩하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좋은 가격을 받지 못한 것 아닌지 내부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3년 뒤에 혹 손실이라도 나면 책임을 뒤집어쓸까 걱정하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삼성물산의 공격적인 수주는 정연주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06~2009년 삼성엔지니어링 대표로 있을 때 공격적인 수주로 2006년 1조1166억원이던 매출액을 2009년 3조4714억원으로 끌어올리며 건설·플랜트 업계에서 삼성의 위상을 높인 바 있다. 정 부회장은 2010년 3월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로 옮겨와 다음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뒤인 올 1분기에 삼성엔지니어링은 영업이익이 219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공격적으로 수주했던 미국 다우케미컬 염소생산시설 등에서 입은 손실 3000억원이 반영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따낸 공사의 실적은 3년 뒤에야 나오니, 사장은 일단 수주하고 나중에 메워보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귀띔했다. 현재 삼성엔지니어링에는 그룹 경영진단팀 140여명이 투입돼 국외 부실사업 등을 감사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삼성물산도 ‘저가 수주의 덫’을 피하지 못했을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으로부터 수주한 쿠라야 복합발전 프로젝트는 최근 자체 점검 결과 400억원가량 손실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홍보팀 관계자는 “쿠라야 등에서는 손실이 나지 않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여서 정산을 해봐야 안다”고 부인했다. 삼성물산은 25일 2013년 1분기 건설부문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5.1% 감소한 612억원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국내 업체끼리 경쟁을 덜기 위한 방법을 연구중이다. 시장을 다변화하고, 전문인력도 늘려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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