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계약 파기 통보 받기도
북한이 개성공업지구 통행을 제한한지 3주가 지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23일 긴급 회의를 소집해 100여명 입주 기업인들과 논의하고 “사정이 악화되고 있지만 협회 차원에서 철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정상화만이 목표”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출입이 제한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쪽은 전자, 기계 등의 부품 납품업체들이다. 익명을 원한 한 입주 기업 관계자는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향후 제한이 풀리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납품업체들은 신뢰도 등에 문제가 생기면서 완성품 제조 원청으로부터 계약이 끊기는 등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대화연료펌프는 최근 인도의 한 자동차 부품회사로부터 납품계약을 파기하자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전체 123개 입주 기업 가운데 60%를 차지하는 섬유·의류업체도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 입주 의류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가을·겨울 물량 계약을 한창 할 시기다. 개성공단이 묶이면서 지금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현재 전반적인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조 단위를 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른 입주기업 관계자는 “기업 대표가 개성에 남아있지만 북쪽은 여전히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번 주를 중대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회의실에 모인 100여명의 입주 기업 대표·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공단 재개만이 살길”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협회는 회의 뒤 정부에 “개성공단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조속히 선포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북한 당국에는 “개성공단에 현재 체류중인 주재원 대신 모기업 대표가 체류하고자 하니, 즉각 통행을 승인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개성공단 우리 쪽 체류인원 8명이 귀환하면서 남은 인원은 180명으로 줄었다.
정부와 민간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입주기업에서 요구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청을 통일부 차원에서 안전행정부에 전달했다. 안전행정부에서 내부 검토를 하는 중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권도 지원에 나서 우리은행은 입주업체에 1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 지원을 하기로 했다. 기업은행도 긴급 경영안정자금 1000억원을 지원한다. 업체당 지원 한도는 5억원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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