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다음주 대통령 업무 보고
“민영화 논란 피하려 꼼수” 지적도
“민영화 논란 피하려 꼼수” 지적도
민영화 논란으로 사실상 백지화된 케이티엑스(KTX) 민영화(경쟁체제 도입)가 ‘제2철도공사’ 설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토해양부는 다음주로 예정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같은 내용을 보고할 방침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민영화를 두고 국민적 반대에 부딪힌 국토해양부가 다시 한번 ‘꼼수’를 쓰고 있다는 의견도 많아,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토해양부와 코레일, 국회 국토해양위 등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제2철도공사’를 설립해 수서발 케이티엑스의 운영권을 맡긴다는 쪽으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다음주 대통령 업무보고에 관련 사항을 보고하고, 구체 방안이 정비되는 대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을 거쳐 사업자가 선정된다면, 당초 2015년 1월 개통 예정이었던 수서발 케이티엑스는 2015년 하반기 이후에나 개통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서승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코레일이 독점 운영하는) 지금 체제에도 문제가 있고 민간에 맡기는 것도 문제”라며 “제3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새로운 철도 운영 공기업을 설립해 수서발 케이티엑스를 맡기겠다는 내부 방침을 사실상 확정하고, 세부안을 검토해 왔다.
국토해양부는 이명박 정부 중반부터 케이티엑스 민영화를 강하게 추진해 왔다. 코레일의 구조 개선과 철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민간업체와의 경쟁이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구매력이 높은 강남권(수서)에서 출발하는 ‘알짜 노선’을 통째로 민간업체에 넘기는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사업 추진은 힘을 잃었다. 그리고 제3의 방안으로 제2철도공사 설립이 전면에 등장한 셈이다.
그러나 제2철도공사 설립에 대해서도 또 다른 ‘꼼수’라는 비판이 일고 있어, 정책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먼저 국토해양부 스스로 모순적인 인식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의 순수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국토해양부는 ‘경쟁체제’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공기업인 코레일의 비효율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별도 공기업을 새로 설치한다는 것은 국토해양부의 기존 논리와 상충된다. 민주통합당의 박수현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같은 노선을 사용하는 두개의 공기업 사이에 제대로 된 경쟁 효과가 있을 거라 기대하기 어렵다”며 “민영화에 따른 재벌 특혜 시비를 없앤 뒤, 철도 운영자를 세분화해 나중에 민간사업자의 진입을 용이하게 만들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제2철도공사 설립을 위해 쏟아부어야 할 막대한 예산 역시 여론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제2철도공사를 설립하는데 3000~4000억원의 재정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레일과 다른 철도운용 및 예약·발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다, 철도운용인원을 새로 고용해 훈련까지 시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공공연구소의 박흥수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은 “철도 운용을 위해서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는데, 한국 철도는 복수 사업자를 둘만큼 시장이 넓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코레일의 영업 거리는 전국 철도망을 모두 합쳐, 3500㎞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의 6개 철도 사업자 가운데 하나인 ‘일본철도(JR)동일본’의 영업 거리의 절반에 불과하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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