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몰 김포공항점에 입점한 동대문 태생 인디 브랜드 ‘밀스튜디오’ 매장에서 21일 여성 고객들이 옷을 살펴보고 있다(왼쪽). 서울 명동의 롯데 영플라자가 문을 연 지난해 10월 토종 스파 브랜드 ‘스파이시컬러’ 매장에 고객들이 몰려있다(오른쪽). 롯데자산개발, 롯데백화점 제공
기존 유명 패션브랜드만의 ‘성역’으로 여겨졌던 백화점에 길거리와 온라인에서 자란 ‘인디(독립) 브랜드’가 진출해 봄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인디 패션계가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 제조·유통 집약지인 동대문 등에서 그동안 쌓아온 발빠른 시장대응력과 참신함으로 백화점에서도 변화의 발걸음을 앞서 딛고 있는 것이다.
롯데자산개발이 운영하는 쇼핑몰인 ‘롯데몰’의 김포공항점에서 26일 기준 평효율(평당 매상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는 ‘밀스튜디오’다. 서울 동대문에서 출발한 ‘밀앤아이’가 지난해 6월 이 몰에 매장을 차린 밀스튜디오는 내로라하는 주류 브랜드와 외국 스파(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를 제치며 동대문의 자존심을 높였다. 입점 당시 300만원대였던 평효율을 12월에는 800만원대로 키웠다.
인디 브랜드는 기존 유통의 대표 격인 백화점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강렬한 색감으로 인기를 끈 ‘돌리앤몰리’가 16일 건대 스타시티점에 입점한 것을 비롯해, 올해 봄시즌에만 총 19개 브랜드의 44개 매장이 롯데백화점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이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 수는 18개, 매장은 52곳이었다.
작년 18개 브랜드 롯데 입성
동대문 출신 ‘밀스튜디오’
김포공항 롯데몰 평효율 1위
신세계는 박람회 열고 ‘구애’
현대엔 온라인 브랜드 매장도 한국형 패션타운 저력 드러나
“주류-인디 협업땐 시너지” 의견 지난해 3~4월에는 홍대, 가로수길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의 여러 브랜드가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등에 ‘신진디자이너 슈즈 매장’, ‘컨템퍼러리(최신의) 의류 매장’ 등 편집숍 형태로 자리잡았다.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백화점, 아웃렛 등 주류 유통업체에 입점한 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협력회사 공개 입점 박람회를 열기도 했다. ‘주줌’, ‘디그’ 등 여성캐주얼 전문 온라인쇼핑몰에서 상위 5위권에 있는 업체들도 지난해 8월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입성했다.
이런 변화에는 동대문을 비롯해 홍대, 삼청동, 가로수길 같은 서울의 패션거리와 제조공장에서 인디 패션계가 그동안 쌓아온 감각과 저력이 바탕에 깔려 있다. 밀앤아이의 김상대 영업담당 이사는 “경쟁력의 뿌리에는 ‘제품의 신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발빠른 대응 시스템이 있다. 낮과 밤 두 타임으로 돌아가는 동대문 유통구조에 맞춰 낮에 손님이 원하는 제품을 밤에 바로 제조하거나 주변 업체에서 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류 유통계가 인디 브랜드에 주목하는 이유도 ‘인디의 기민함’이다. 성장의 한계가 점차 뚜렷한 패션 매출의 새로운 돌파구를 인디 브랜드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삼성패션연구소는 “국내 패션시장이 올해에도 2.6%의 저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여성 스파 품목을 중심으로 토종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 및 브랜드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세계백화점 패션연구소장 최민도 상무는 “신진 디자이너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유치하면서 국내 패션 경쟁력을 올리고 백화점 또한 신선한 상품을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류와 인디 패션계의 협업을 국내 패션시장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대문 태생으로 신세계에 4개 매장을 운영중인 ‘위드베이스’의 유지은 대표는 “동대문에는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도 유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영세업체들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롯데자산개발은 이런 신진 디자이너 유치 등에 주목해 올 상반기에 롯데몰 동대문점을 새로 연다는 계획이다. 한국패션협회 박영수 차장은 “기성 브랜드의 점유와 높은 수수료 등으로 인디 브랜드가 백화점에 입점하기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의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대기업 유통과 인디가 협업할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동대문 출신 ‘밀스튜디오’
김포공항 롯데몰 평효율 1위
신세계는 박람회 열고 ‘구애’
현대엔 온라인 브랜드 매장도 한국형 패션타운 저력 드러나
“주류-인디 협업땐 시너지” 의견 지난해 3~4월에는 홍대, 가로수길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의 여러 브랜드가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등에 ‘신진디자이너 슈즈 매장’, ‘컨템퍼러리(최신의) 의류 매장’ 등 편집숍 형태로 자리잡았다.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백화점, 아웃렛 등 주류 유통업체에 입점한 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협력회사 공개 입점 박람회를 열기도 했다. ‘주줌’, ‘디그’ 등 여성캐주얼 전문 온라인쇼핑몰에서 상위 5위권에 있는 업체들도 지난해 8월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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