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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우리금융 매각 실패 가장 아쉬워”

등록 2013-02-25 17:48수정 2013-02-25 22:22

김석동 금융위원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이임식
자본시장법 개정도 못이뤄
영원한 대책반장, 구원투수로 불리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30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25일 관가를 떠났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열린 이임식에서 금융위원장 재직 2년여간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우리금융매각 실패”를 꼽았다. 그는 “아직도 못다 이룬 숙제가 있다”며 “정부가 소유한지 10년이 넘은 우리금융그룹의 주인을 하루 속히 찾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자본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금융회사가 필요한데 우리금융민영화가 이런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평소에도 “우리금융민영화 같은 큰 과제는 정부가 힘이 있을 때 밀어붙였어야 했는데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내가 1년 반만 빨리 들어왔어도 성공시켰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이명박 정부들어 우리금융지주 매각은 두번째 시도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두번째 매각을 추진하던 지난해에는 케이비금융지주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다음 정권에서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면서 무산됐다.

임기 안에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발에 그친것도 떠나는 그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금융산업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해준다는 취지로 한국형 헤지펀드를 육성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에 공을 들여왔다. 자본시장법은 18대 국회 막판 통과될 분위기였지만, 국회 임기가 만료되며 자동폐기됐다. 김 전 위원장은 19대 국회가 들어서자마자 법안을 다시 제출하며 퇴임 직전까지 국회를 찾아 의원들을 설득하는 의욕을 보다. 그 과정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문제를 모두 수용해 법안을 대폭 수정하는 ‘굴욕’을 겪으면서까지 ‘올인’했지만 지난 1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다른 법률에 밀려 발언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쓸쓸히 돌아서야 했다.

그는 가계부채 연착륙, 저축은행 구조조정, 외환건전성 확보 등 금융시장 안정화의 기반을 다지는데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앞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와 환율갈등과 같은 대외환경과 가계부채, 사회양극화, 경기침체, 일자리부족 문제를 개선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단기 미봉책이나 임기응변보다 정공법으로 해결할 것”을 금융위 공무원들에게 당부했다. 국민들에게 어려운 것은 어렵다고 말하고 이해를 구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제와 금융의 패러다임이 “시장원리와 양적성장보다 시스템의 안정, 질적성장을 중시하는 시대로 대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맞았다는 의미다.

김 전 위원장의 이날 건조한 이임사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08년 재정경제부 차관직을 떠나며 남겼던 화려한 고별사와 묘한 대조를 이뤘다. 당시 그는 ‘엽공호룡’이라는 고사성어를 빌어 28년 공직생활에 대한 자기반성의 소회를 드러낸 바 있다. 엽공호룡은 옛날 중국에 살던 엽공이 온 집안을 용 그림으로 꾸밀만큼 용을 좋아했지만 정작 진짜 용이 하늘에서 내려오자 놀라서 기절했다는 우화다. 노령화·저출산·기후변화 같은 미래과제에 성실히 맞서지 못했다는 성찰의 목소리였다. 또 위기의 순간에 자신이 누군가의 교과서가 되지 못했고, 발상의 전환도 부족했음을 자성했다.

당시와 궤를 같이한 건 공직이 지난 막중한 의무와 책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지금과 같은 여러운 시기에 공직에 있다는 건 일생에 단 한번 만날 수 있는 기회이자 행운”이라고 공직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다시 공직을 맡을 의사가 없다는 그는 다음달 말 남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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