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로 평가하는 기업문화 정착
2004년 13명서 올해 114명으로
여성사원 늘고 출산뒤 퇴직 줄어
‘임원 후보’ 차·부장급 대거 포진
폭발적 증가 시기 조만간 올듯
2004년 13명서 올해 114명으로
여성사원 늘고 출산뒤 퇴직 줄어
‘임원 후보’ 차·부장급 대거 포진
폭발적 증가 시기 조만간 올듯
*퀀텀점프 : 폭발적 증가
“사내 여성 커뮤니티에서 경사 났다고 난리였습니다. 호호호.”
17일 케이티(KT)에서 여성 임원이 대거 승진한 날을 성숙경 상무는 이렇게 전했다. 성 상무 역시 상무보에서 승진했다. “올해는 솔직히 기대 안했는데, 여성 임원을 중용하는 분위기도 탄 것 같다.” 변리사인 그는 케이티에 입사한 지 15년 만에 임원 승진의 기쁨을 안았다.
“예전 (여자) 선배들은 결혼하면 책상이 없어지고, 과장 자리도 뚫고 올라가기 힘들었다”고 말한 성 상무는 “이제는 인맥·학맥·지연보다 업무성과나 실적으로 평가하는 기업 문화가 자리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여성 임원이 대폭 늘어날까라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했다.
국내 100대 기업(상장회사 매출액 기준)의 여성 임원 숫자가 올해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섰다. 여성 임원 승진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어, 향후 10년 이내에 여성 임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른바 ‘퀀텀 점프’ 시기가 올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헤드헌팅 기업인 ‘유니코써어치’가 20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이달 15일 기준으로 100대 기업 가운데 33곳에 여성 임원(이사 및 상무보급 이상) 114명이 포진하고 있었다. 재벌 총수 등 기업 소유주 일가 여성 임원은 제외한 숫자다.
주요 대기업 여성 임원 숫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유니코써어치가 처음 조사했던 2004년엔 여성 임원이 13명에 불과했다. 이후 2006년에는 22명에서 2011년에 76명까지 늘었다. 2013년에는 전년보다 50%나 증가했다.
유니코써어치의 한상신 대표는 “약 6000명에 이르는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수에 비하면 100여명은 아직 매우 작다. 하지만 100명을 넘어서면서 능력있는 여성에게 임원은 ‘나와 상관 없는 일’이 아닌 ‘실현 가능한 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선수 박세리가 엘피지에이(LPGA)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박세리 키즈’들이 꿈을 키워 엘피지에이를 한국 여성 골퍼들이 점령한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대표는 “2004년 이후 여성 임원이 100명으로 증가하는 데 10년 걸렸다면, 5~6년 이내에 여성 임원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퀀텀점프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분위기도 여성 임원 등장에 호의적이다. 육아휴직 장려 등 직장여성이 출산 뒤에도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또 지난 10여년 간 여성 사원들이 대폭 늘어나면서 최근 임원으로 발탁될 수 있는 여성 차·부장급도 늘었다. 여성 임원이 거의 없는 국내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발탁할래야 발탁할 사람이 없었는데, 지금은 2년 안에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이 등장할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사회에 여성 임원이 있는 기업의 실적이 좋다는 보고서도 ‘여성 임원 등용론’에 힘을 싣는다. 다국적 컨설팅 기업인 매킨지가 지난해 낸 ‘위민 매터’ 보고서를 보면, 유럽과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 5국) 231개 기업의 2007~2009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여성 임원이 있는 회사의 세전 이익률은 17%로 전혀 없는 회사(11%)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성 상무의 말처럼 남성 조직문화나 재벌 총수에 대한 충성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면, 여성 임원이 등장할 공간은 더 커진다.
현재 100대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곳은 케이티(KT)였다. 15일 기준으로는 26명이었는데, 17일 단행된 올해 인사를 반영하면 여성 임원이 38명에 이른다. 다음으로 많은 곳은 삼성전자(22명)였다. 2011년보다 9명 늘었다. 이어 대한항공(7명) 아모레퍼시픽(6명) 제일모직(5명) SK네트웍스(4명) 코오롱인더스트리·한화투자증권·효성(각 3명) 등의 순이다. 입사 후 임원에 오르기까지 걸린 기간은 올해 기준으로 20.4년으로, 2010년 21.5년과 2011년 20.8년에 비해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여성 임원의 평균 연령은 48.2살로 지난해(47.6살)에 견줘 약간 높아졌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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