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역할 소홀…돈벌이 치중”
곱지 않은 여론 수년째 계속
은행들은 “규정 어긴 적 없다”
곱지 않은 여론 수년째 계속
은행들은 “규정 어긴 적 없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금융당국의 제동에 애초 계획했던 배당금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비록 당국의 강력한 요구에 꼬리를 내리긴 했지만, 국내 외국계은행들의 고배당 논란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과 외국계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에스시은행은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한 중간배당 1000억원 외에 추가로 2000억원을 더 배당할 계획이었으나, 금감원과 협의해 결산배당을 100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에스시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4300억원의 46%인 2000억원을 배당하게 됐다. 에스시은행 쪽은 “시중은행 가운데 건전성이 최상위 수준이고, 잉여이익의 일정 부분을 쌓아두고 나머지 재원으로 배당을 실시할 뿐”이라며 고배당 논란을 일축했다. 한국씨티은행도 800억원을 배당했다.
이에 대한 금융당국과 여론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은 편이다. 이들 외국계은행이 금융기관의 공공적 역할은 소홀히 한 채 편법대출과 돈벌이에만 치중한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밝혀낸 씨티은행의 행태는 대표적 사례다. 금감원은 씨티은행이 위법인 줄 알면서도 대출 계약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관을 적용한 것으로 보고 ‘기관경고’ 제재를 내렸다. 예컨대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에게 10억원의 한도 대출(일종의 마이너스대출로 미확약부 대출)을 약정해 놓고, 기업 사정이 어려워지면 대출 잔액을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유리한 리스크(위험)관리 수단이겠지만 소비자에겐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관이다. 대출 잔액은 위험자산에서 빠지면서 충당금을 쌓지 않아도 돼 그만큼 배당 재원이 늘게 된다”고 지적했다. 에스시은행도 이런 방식의 대출이 문제가 돼 조만간 제재를 받을 예정이다.
외국계은행이 카드론 등 고금리의 소액 신용대출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국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저금리 기조에 대출보다 채권 수익률이 높아지자 외국계은행이 기업 대출보다 안전자산인 국공채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공공적 역할을 외면한 채 얻은 수익을 근거로 높은 배당을 챙기는 건 비난의 소지가 높다”고 말했다.
외국계은행 쪽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에스시은행 관계자는 “충당금 적립 규정을 어긴 게 있다면 모를까 금융당국 점검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자신들을 향한 비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외국계은행을 상대로 특별점검을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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