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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공정거래법 위반’ 공정위에 고발 독점권
재벌 솜방망이 처벌 논란…정치 이슈로

등록 2013-01-27 20:17

아하 그렇구나 l 전속고발권
‘전속고발권’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공정거래법 또는 하도급법상 위반이 발생했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지만 기소할 수 있도록 공정위에 독점적으로 부여한 권한을 말합니다.

예컨대 여러분이 사업을 하다가 다른 기업에 부당하게 차별을 당했다고 하더라도(공정거래법 23조 1항 위반) 검찰에 직접 고발을 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공정위를 통해서만 고발을 할 수 있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벌칙의 경우도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쥐고 있습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과 1984년 하도급법 제정 때부터 도입돼 오늘날까지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당시 공정위에 전속고발권을 부여한 이유는 소송 남발 등으로 기업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또 경제 범죄에 있어 전문성을 갖춘 공정위가 검찰 또는 경찰보다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다수 국가(17개국)에서 경쟁 제한행위에 대한 형벌 규정이 없고, 있더라도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한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정위가 매우 소극적으로 고발권을 행사한 탓이지요. 기업 현장의 피해당사자들은 고발 권한을 쥔 공정위가 제대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니, 위반 사업자들에게 오히려 면죄부를 주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죠. 1981년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뒤 2011년까지 30년 동안 공정위가 처리한 사건 6만165건 가운데 검찰 고발 건수는 529건으로 채 1%에도 못 미칩니다.

특히 재벌 대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들의 속앓이는 심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대기업의 시장 장악 정도가 심하고 그만큼 중소기업이 불공정 거래 등 횡포에 노출될 위협도 큰 편입니다. 송호창 의원실이 밝힌 자료를 보면,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공정위가 10대 그룹을 조사한 82건 가운데 고발 건수는 13.4%인 11건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전속고발권은 행정당국에 대해 중소기업들이 불신을 갖게 된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까지 지목됩니다. 이런 기업 현장의 요구는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화두와 함께 정치적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대선 후보들이 전속고발권 폐지(일부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역시 “공정거래 관련법 집행이 공정위에 독점화되어 있어, 법 집행의 견제 경로가 없다”며 전속고발권 폐지를 약속했습니다.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고발권을 공정위와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중소기업청, 조달청 등 5개 기관이 분산해 갖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속고발권의 처리 방향은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 추진 의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입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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