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영 전무(왼쪽부터), 강오수 사장, 김진국 이사가 지난해 12월28일 부산 연제구의 본사 사무실에서 2억달러 수출탑을 함께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펀 경영→직원 만족→고객 감동
“직원부터 챙겨야 경영 선순환”
불경기에도 매출 수백억 뛰어
지난해 2억달러 수출탑도 받아
“직원부터 챙겨야 경영 선순환”
불경기에도 매출 수백억 뛰어
지난해 2억달러 수출탑도 받아
기본으로 승부한다 l 선박도료기업 IPK 강오수 대표
“돈 없으면 좀 싼 걸 먹으면 되지, 꼭 쇠고기만 먹어야 해? 그게 무서워서 직원들하고 스킨십을 줄이면 안 된다.”
강오수(61) 아이피케이 대표는 “2009년부터 비상경영 시나리오에 들어갔지만, 내가 결코 양보하지 않은 게 펀(재미) 경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건 돈이 문제가 아니라 관심의 문제다. 립서비스만 하면 뭐하나, 진짜 보여줘야지.” 전날에도 강 대표는 부인과 함께 칠서 공장과 거제 연구소를 찾아 직원 가족까지 불러 모아 격려하고 왔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불경기보다 더 무서운 ‘좋은 시절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기업한테 최고의 덕목은 쥐어짜서라도 살아남기 아니냐고 묻자,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말이 즉각 돌아온다. 그는 “결국 사람이 경영의 기본이더라. 직원이 회사에 만족해야 고객에게 최선을 다한다. 그런 긍정의 선순환을 만들려면 직원부터 챙겨야 한다”고 했다.
부산에 오랜만에 눈이 내렸던 지난해 12월28일, 연제구 연산동에 위치한 선박도료기업 아이피케이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났다. 이날은 종무식을 하는 날, 심각한 조선 불경기였던 지난해를 마감하는 직원들 얼굴에 우울함은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아이피케이는 2012년에 2011년(2650억원)을 껑충 뛰어넘은 약 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회사 관계자가 오히려 “납품업체로서, 잘된다고 나가면 부담스럽다”고 걱정할 정도다.
아이피케이는 1980년 세계 최대 화학그룹인 네덜란드 악조노벨과 한국의 노루페인트가 합작해 만든 회사다. 현재 악조노벨이 60%, 노루페인트가 4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선박도료를 만들어 전세계 조선소에 납품한다. 선박도료는 배 전체 가격의 2~4%에 달할 뿐만 아니라, 배의 연비를 결정하는 중요한 품목이다. 예를 들어 좋은 선박도료로 배를 유리처럼 매끄럽게 칠하면 선박 연비는 10%나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고유가 시대에 엄청난 기술인 셈이다.
또 아이피케이는 최근 발주가 집중되고 있는 해양플랜트 부문에도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강정구 마케팅 이사는 “쇄빙선 아라온호에 칠해진 도료도 우리 회사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약 1조원대 규모인 국내 선박·중방식 도료 시장에서 고려화학·케이씨씨(KCC) 등과 경쟁해 가장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강 대표는 악조노벨의 세계적인 브랜드(인터내셔널) 때문에 그냥 얻은 성공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초창기엔 조선소와 갈등을 빚어서 2년간 납품을 못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조선소는 생산성을 내세우고, 아이피케이는 품질을 따지니 맞지 않았던 것이다. 강 대표는 그때 고객사를 만족시키는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이후 아이피케이는 1996년에 거제도에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조선소가 몰려 있는 곳에 터를 잡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2008년에 강 대표는 아예 본사를 경기도 안양에서 부산으로 옮겨버렸다. “매출의 90%가 경남에 있는 고객사에서 나오는데, 안양은 협업을 하기엔 너무 멀었다.” 그의 결단 뒤 아이피케이는 다시 매출이 점프했다. 그는 “기술 격차는 후발주자에 의해 금방 추격당한다”고 했다.
강 대표의 ‘펀 경영→직원 만족→고객 감동’은 그가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가졌던 생각이다. “30여년 전 대학졸업 뒤 첫 직장인 항공사에서 첫 회식날이었죠. 부장이 ‘요구사항 있으면 말해보라’고 했는데, 신입사원이던 내가 벌떡 일어나서 ‘부장님, 하루 일과 중 4분의 3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재미있게 직장생활 하게 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당돌해 보이는데 당시 회사 분위기가 좀 답답했다”고 웃었다.
그날을 잊지 않았던 강 대표는 다양하게 ‘펀 경영의 선순환’을 꾀하고 있다. 직원 가족과 함께하는 문화행사 관람, 부부초청 송년회, 조선소 견학과 봉사활동 참여는 기본이다. 여기에다가 사내 멘토링 제도, 칭찬 릴레이, 독서 경영 등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 결과 아이피케이의 직원몰입도는 2012년 갤럽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5점 만점에 4.49점을 받았다. 악조노벨의 전세계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고객사가 아이피케이 직원의 열성을 칭찬하는 전자우편도 보내고, 회사도 먼저 찾는다”고 김귀정 마케팅 팀장은 귀띔했다.
강 대표의 새해 꿈은 더 많은 인재를 뽑는 것이다. 아이피케이의 고용인원은 2000년 165명에서 현재 410명으로 두배가 넘게 뛰었다. “외국 기업은 철저하다. 매출이 줄거나 성장이 멈추면 바로 일자리가 흔들린다. 고용을 지키고 본사를 설득하려면 경쟁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 받은 2억달러 수출탑을 직원들과 함께 든 그는 “수출탑이 전혀 무겁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이완 기자 w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