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래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투자 확대 등을 기대할 수 있어 직원들이 반기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직원)

“대우 일렉트로닉스 인수는 동부가 종합전자회사로 본격 도약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동부그룹 직원)

동부그룹이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 인수를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외환위기 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시장에 나왔던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여섯 번의 시도 끝에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지난해 8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부그룹 컨소시엄은 8일 2726억원에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기로 채권단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금액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써냈던 3700억원보다 1000억원 가량 낮아졌다. 정밀실사가 진행되면서 깎였다. 인수자금은 동부하이텍 등 동부그룹 전자분야 회사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등이 51%(1380억원), 재무적 투자자가 49%(1346억원)을 내기로 했다.

13년 만에 매각이 확정된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반기는 분위기다. 옛 대우전자는 1990년대 ‘탱크주의’를 내세우며 가전시장에서 삼성, 엘지(LG)와 치열한 3파전을 벌였던 기업이다. 하지만 1999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대우전자는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에 들어갔다. 반도체와 방위산업 부문 등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며 몸집을 크게 줄였고, 2002년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 가전 위주로 사업을 재편해 매각하려 했지만, 인도 비디오콘 컨소시엄 등 국외 자본과 5차례 매각협상이 결렬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매각 지연은 회사 경영에 더 큰 타격을 줬다. 계속된 구조조정으로 인해 대우일렉트로닉스의 규모는 더 축소됐다. 직원 수는 1990년대 말 1만2000여명에서 지난해 말 1450명 수준까지 줄었다. 매출액은 2000년 3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9000억원(예상)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현재 국내 백색가전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에 밀려, 주로 중저가시장과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체 생산량 가운데 80%를 수출한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간 동안 경쟁사에 견줘 미진했던 투자가 앞으로 원활하게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동부는 전자분야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동부하이텍의 반도체와 동부제철의 철강제품 등을 통해 대우일렉트로닉스의 가전제품과 협력이 예상된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동부하이텍의 반도체기술과 접목하여 스마트 가전 분야로 제품을 고도화하고, 의료기기·사무용기기·주방기기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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