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원자재값 급등 위기때
직원들에 회사실적 투명 공개
자기일처럼 일하며 상여금 반납
분말가공기술 활용 소재 개발도
경기 침체에도 작년 8%대 성장
“혁신않는 중소기업엔 미래 없어”
2012년의 마지막 날, 경북 고령의 대광소결금속 직원들은 여느 때처럼 공장을 돌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20여대의 압착기 앞에 선 직원들은 금속 가루가 틀 속에서 압축돼 자동차·기계 부품으로 찍혀나오자, 조심스럽게 모아 ‘소결’ 가공 선반으로 날랐다. 소결은 아직 푸석한 성형품에 고온을 가해 단단하게 만드는 공정이다. 기계음이 요란한 공장에서 김덕주 사장(53)은 “요즘 어렵다고 하지만, 지난 금융위기 때 ‘신뢰’와 ‘기술’이라는 기본을 쌓은 지금은 오히려 자신감이 넘친다”며 웃었다.
끝이 안보이는 세계 경기침체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터여서, 작은 규모 탓에 취약한 중소기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하며, 앞으로 5년 중소기업을 경제 정책의 줄기로 삼겠다고 예고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소결을 비롯한 주조·금형·용접 등 분야는 산업경쟁력의 토대이며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산업’으로 일컬어진다.
1997년 설립돼 올해로 16년째를 맞는 대광소결금속은 2010년 30%, 2011년 27%의 높은 매출 증가율로 급성장하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지난해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아 다소 주춤했지만, 8.4%의 성장을 이뤘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지정 일자리 ‘으뜸기업’이자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기술혁신(이노비즈)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푸석푸석한 성형품에 고온을 가해 단단하게 만드는 소결 작업이 이뤄지는 공정을 김덕수 사장이 점검하고 있다.
김 사장은 “회사가 위기에 빠졌던 2007년의 경험에서 위기 극복의 길을 찾았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투기 세력의 개입 등으로 당시 제품 주원료였던 니켈과 몰리브덴 등의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어요. 마침 지금 위치로 공장을 증축해 이전한 시점이라 타격은 더 컸죠.” 그는 생존이 위험하다며 각종 비용절감 방침을 내놓았지만, 직원들한테서 돌아온 것은 ‘의혹의 눈초리’였다. “사장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쌀쌀한 반응이었죠.”
그는 당시 ‘함께 가자’는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서로 믿지 못하면 어떤 시도도 할 수 없죠. 그 때부터 매달 간부 회의와 분기별 전체직원 회의에서 회사 실적 등을 모조리 공개했습니다.” 1년 가량 지나면서 직원들도 점차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금융위기 뒤 2009년에 회사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직원들이 상여금을 반납하고 임금을 동결했죠. 회사는 상황이 호전되자 그해 10월 미지급 상여금을 지급하고, 2009년과 2010년 임금 인상분을 한꺼번에 반영해 큰 폭으로 올려 화답했습니다.”
신뢰라는 토대에서 실제 구원투수가 되어 준 것은 ‘기술’이었다. “절박한 상황에서 믿을 것은 기술 뿐이었습니다. ‘비싼 원자재가 아닌 다른 금속으로 같은 성능을 낼 수 있다면 길이 보이겠다’ 싶었죠.” 금속공학과 출신으로 분말 가공 분야 20년 경력인 김 사장이 직접 연구·개발을 챙겼고, 개발에 성공해 ‘재질 다각화’를 이룬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대광은 2013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5년 정도 회사를 꾸려 보니, 5년마다 혁신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감이 오더라구요. 2007년 그것을 이뤄 5년을 성장했듯이 다음 5년을 위해 전문 경영 컨설팅을 받으며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 매번 대선과 겹쳐, 김 사장은 혁신팀 운영을 ‘인수위 꾸리기’라고 부른다. 새해에는 700평 규모인 공장을 산학연 첨단 연구단지인 ‘테크노폴리스’(대구 달성군 현풍면)의 4200평 규모의 터로 옮기면서 500억 매출 달성이라는 5년 계획을 목표로 뛸 예정이다.
김 사장은 ‘중소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가려면 아직 걸림돌도 많다고 지적했다. “합리적으로 정한 납품 가격을 대기업이 ‘힘의 논리’로 깎는 경우를 아직도 주변에서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에게 기술개발을 요구하는 것은 허울 좋은 얘기입니다.” 같은 중소기업 경영인에 대한 제언도 덧붙였다. “기업의 크기는 경영자의 그릇과 공부에 따른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자신의 바람을 되풀이해 세우는 습관적인 연초 ‘경영계획’은 의미가 없습니다. 먼저 지난해(상황)를 분석해 실현하겠다는 각오로 계획을 세워야 기업에 미래가 있습니다.”
고령/글·사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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