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주주가치 훼손 우려”
지분 적은 4남에 물려줄 의도 해석
동아제약 “글로벌기업 도약 위한 것”
지분 적은 4남에 물려줄 의도 해석
동아제약 “글로벌기업 도약 위한 것”
국내 제약업계 1위 기업인 동아제약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두고,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훼손 우려”라는 경고를 보내는 등 파열음이 일고 있다. ‘박카스’로 대변되는 알짜배기 일반의약품 사업을 비상장회사로 따로 떼어내는 것이 논란의 핵심으로, 후계 구도 구상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26일 “동아제약의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지 여부를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동아제약 지분 9.5%를 가진 주요 주주다.
동아제약의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보면, 보통의 경우와 구분되는 점이 눈에 띈다. 기존 동아제약을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홀딩스)와 사업 자회사인 ‘동아에스티’로 분리하면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사업을 구분해 박카스를 포함한 일반의약품 사업을 새 ‘동아제약’이란 이름의 비상장회사로 만들기로 한 점이다.
홀딩스와 동아에스티는 기존의 동아제약을 분할하는 방식으로 나누기 때문에 기존의 지분 비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일반의약품 사업 자회사인 새 동아제약은 홀딩스가 100% 지분을 소유하는 구조로 만들어진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그 자체로 주주 이익을 훼손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지주회사 밑에 비상장회사를 만드는 방식이 특이해 문제점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의약품인 박카스는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이다. 이 회사 매출 9000여억원 가운데 1500억원가량이 박카스에서 나온다. 동아제약이 올해 10월 공시한 분할보고서를 보면, 신설되는 새 동아제약은 현재 동아제약 매출의 33%와 영업이익의 11%가량을 가져가게 된다. 이에 대해 동아제약 쪽은 “일반의약품 사업은 아직 독립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해, 홀딩스가 체계적인 관리를 한다는 의미에서 자회사로 두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제약이 지주회사 전환을 계기로 이런 이례적인 지배구조를 꾸리는 배경에는 현재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이 깔려 있다. 최대주주인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11.09%에 불과하다. 2007년에는 강 회장과 그의 둘째 아들인 강문석 수석무역 부회장 사이에 경영권 다툼이 일기도 했다. 당시 사태는 강 부회장이 지분을 모두 팔고 경영권에서 손을 떼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현재 강 회장의 후계자로 지목되는 이는 이 회사 부사장(대표이사)을 맡고 있는 넷째 아들 강정석씨다. 하지만 그의 동아제약 지분율은 0.7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이번 분할이 후계 구도 강화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제약담당 애널리스트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가족 세습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일반의약품 사업을 비상장회사로 분리하려는 것을 보면 후계 구도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 부회장이 지분 43.47%를 쥐고 있는 에스티팜이 이후 새 동아제약의 최대 주주가 될 가능성도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동아제약 쪽은 “이번 분할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구분해 각자 사업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글로벌 헬스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일 뿐”이라고 밝혔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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