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한국경제 ‘일본식 불황’ 경고…현실화되나 기우인가

등록 2012-12-16 20:25수정 2012-12-16 21:31

일본·한국의 성장률 추이 및 자산버블 내용비교 (단위:%) 자료: 한국은행 ※한국의 2012년 및 2013년 수치는 한국은행 전망치.
저성장·저금리·부동산 침체 등
일 장기불황 이전 상황과 비슷
잇단 목소리에 기업들 대비나서

일본 ‘내수 의존’-한국 ‘수출 의존’
“경제구조 큰 차이” 반론 있지만
세계경제 침체 지속땐 수출 줄어
‘한국식 장기불황’ 유사결과 우려
선진국 돈풀어 “경기 반등” 낙관론도

지난 9월11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30년 만기의 국고채가 발행됐다. 30년 동안 매년 3%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고액자산가들의 주문이 쇄도해 출시 하루만에 4000억원 물량이 거의 팔려나갔다. 3%는 예금금리보다 낮은 수준이었지만, 증권사들은 “앞으로 저성장·저금리 추세가 장기화하면 3% 금리도 받기 힘들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몇달 안에 경기침체가 깊어져 시장금리가 더 낮아지면 바로 내다팔아 주식처럼 매매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발행 첫날 3.04%였던 국고채 30년물의 수익률(시장금리)는 지난 24일 현재 3.33%까지 올라갔다(채권가격 하락). 만약 10억원어치를 산 개인 투자자라면 증권사에 떼준 수수료까지 포함해 5000만원 이상의 평가손실이 난 셈이다.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사실상 2%대까지 떨어지자 우리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일본식 장기불황’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고채 30년물의 인기 뒤에도 이런 전망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기우’ 내지 ‘유행’이라고 반박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들은 지난 석달간 채권 시장금리가 오른 것만 봐도 이런 우려가 과장됐음을 알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너도 나도 ‘일본식 장기불황’ 일본식 장기불황론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초반에는 경제연구소, 금융회사, 경제학자 등을 통해 거론됐으나 최근에는 정부 당국까지 합류하고 있다. 지난 7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우리 경제가) 1990년대 일본의 저성장 저금리 초기상황과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이 1%로 떨어지고 금리가 1%포인트 더 하락하면 5년뒤 은행권의 순이익이 급감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10일에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단기적인 경기침체가 아닌 장기적인 저성장 추세에 돌입했다는 비관적인 견해도 제기된다”며 합세했다. 기업들과 금융권도 대비책 마련에 바빠졌다. 지난 10월10일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은 삼성그룹 사장단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에 대비한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은 최근 우리 경제의 양상이 일본이 걸어온 길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올해 2%대, 내년 3%대로 전망되고 있고, 기준금리도 2.75%까지 떨어졌다. 부동산시장은 지난 2010년 이후 3년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둘은 완전히 다른 경제” 하지만 이런 공통점은 표면적인 것일뿐, 일본경제와 한국경제는 규모와 수준, 구조 등에서 근본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5.2%밖에 안되는 내수 중심 경제인 반면, 우리나라는 52.4%에 이르는 수출 중심 경제”라며 “일본은 부동산거품(버블)이 꺼지면서 내수경제가 주저앉자 이를 만회하기 어려웠지만, 우리나라는 내수 부진을 수출이 상쇄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6대 도시 상업용지가 10년동안 6배나 오르는 등 거품 크기가 우리보다 훨씬 심각했다는 점, 일본은 당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선진국이었다는 점, 가계에 타격을 주지 않기 위해 구조조정을 최소화했다는 점 등도 차이점으로 제시된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은 ‘대규모 내수경제’이고 우리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고양이와 개처럼 다르다. 우리 경제가 10년 침체로 간다는 것은 세계경제 전체가 10년 침체로 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종의 ‘유행’일 뿐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카드사태 이후 2004년~2005년 성장률이 4%대에 머물자 일본식 장기불황이 시작됐다는 주장이 퍼졌다. 2006년~2007년 성장률은 다시 5%대로 올라섰다.

결국 열쇠는 세계경제 물론 두 나라의 차이점만으로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내수 쪽만 놓고 보면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가격 하락, 기업들의 투자부진 심화 등 유사점이 많은데다, 수출을 좌우하는 세계경제가 향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10월 내부보고서에서 “한국경제가 성장률 1% 내외의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갈 가능성은 낮지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침체가 길어지면서 수출이 감소해 성장률 3% 내외의 저성장이 지속되는 ‘한국식 장기불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인과 수준은 다르지만, 저성장 장기화라는 결과는 비슷한 셈이다.

최근에는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보이고, 유럽 재정위기도 한풀 꺾이면서 세계경제가 바닥을 지났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동시에 무제한 ‘돈풀기’를 선언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일본처럼 ‘자산디플레이션’이 경기침체를 더 부채질하는 상황은 피해보겠다는 의도다. 이 경우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은 부진할 수 있지만 적어도 주가나 부동산 등 글로벌 자산 시장은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커진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새누리 김무성 “투표 포기가 우리 전략” 발언 파문
한겨레 기자, 두시간만에 ‘박사모 사이버 전사’로 거듭나다
월급 많은 여성이 둘째도 더 낳는다
박근혜쪽 온라인 여론조작 왜하나 봤더니…
표창원 “문재인-안철수, 종북도 좌빨도 아니다” 글남기고 사의
‘다카키 마사오의 한국 이름은’ 피켓 들었다고 수갑
박근혜, 여야 참여 ‘국가지도자 연석회의’ 제안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삼성 고대역폭메모리 먹구름…젠슨 황 “새로 설계해야” 1.

삼성 고대역폭메모리 먹구름…젠슨 황 “새로 설계해야”

삼성전자 ‘영업이익 1위’ 왕관, 하이닉스에 내주나 2.

삼성전자 ‘영업이익 1위’ 왕관, 하이닉스에 내주나

“로컬라이저 부러지기 쉬워야”…국토부, 무안공항 개항 전 규정 만들어 3.

“로컬라이저 부러지기 쉬워야”…국토부, 무안공항 개항 전 규정 만들어

제주항공 “3월 말까지 국내·국제선 1878편 감편” 4.

제주항공 “3월 말까지 국내·국제선 1878편 감편”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6.5조 ‘쇼크’…3분기보다 30% 감소 5.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6.5조 ‘쇼크’…3분기보다 30% 감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