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FPSO’ 건조현장 가보니
해상서 원유 시추 정제하는 ‘FPSO’
2조1400억…해양플랜트중 최고가
10층높이 배위서 2500명 쉴 틈 없어
“한국 조선업 사활 걸린 미래 먹거리”
해상서 원유 시추 정제하는 ‘FPSO’
2조1400억…해양플랜트중 최고가
10층높이 배위서 2500명 쉴 틈 없어
“한국 조선업 사활 걸린 미래 먹거리”
“직원들이 클로브(CLOV)도 빨리 끝내 인센티브 받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이석오 해양의장3그룹 부장은 사무실 앞에 보이는 거대한 구조물을 가리키며 웃었다. 길이 305m, 폭 61m에 자체 무게만도 11만t에 이르는 초대형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인 ‘클로브’는 현재 87% 정도 공정이 진행된 상태. 만약 계약기간보다 빨리 지어 첫 석유를 뽑아내는데 일찍 성공한다면,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에게 또 한차례 보너스를 약속할 수 있는 희망의 구조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은 클로브보다 조금 큰 ‘파즈플로’를 받았을 때 한달 빠른 인도에 놀라 625억원의 보너스를 대우조선해양에 줬었다. 이 부장은 “보너스도 좋지만, 이런 실적들이 쌓이면 다국적 석유기업의 신뢰를 얻게 돼 또 다른 수주도 문제없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달 30일 바람이 거센 경남 거제도 옥포만의 대우조선해양 조선소를 찾았다. 이 날은 국내 굴지의 한 조선사마저 임원 수를 줄이는 등 한국 조선업에는 ‘우울한’ 날이었다. 그러나 옥포만에서 찾은 에프피에스오 건조 현장은 바삐 움직이는 노동자들로 인해 우울할 겨를조차 없었다. 안내를 맡은 이병태 부장은 “클로브를 끝내면 바로 또다른 에프피에스오와 에프엘엔지(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를 동시에 만들어야 한다. 2~3년치 일거리가 쌓여있어 쉴 틈이 없다”고 했다.
에프피에스오는 현존하는 해양플랜트 가운데 가장 가격이 비싸다. 클로브의 계약금액은 약 2조1400억원. 이것의 수주 여부가 조선사 한해의 실적을 좌우한다. 이렇게 가격이 비싼 건 에프피에스오가 보통의 시추선과는 다르게 해안선에서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에서 원유를 퍼올려 정제까지 끝내는 ‘바다위 정유공장’이기 때문이다.
클로브는 내년 5월 건조가 끝나면 아프리카 앙골라 서쪽 해상에 투입된다. 클로브란 이름도 수심 1200m의 앙골라 심해유전지역 4곳 이름의 첫글자를 땄다. 여기서 하루 16만배럴의 원유와 650만㎥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180만배럴의 원유를 저장하는 구실을 맡는다. 이병태 부장은 “울산에 있는 정유공장을 압축해서 배위에 옮겨 놓았다고 보면 된다. 이 배의 원유 저장량은 국내에서 약 하루 동안 소비되는 원유 분량에 달한다”고 규모를 설명했다.
미로처럼 복잡한 배관과 전기 시설들 사이에서 한창 설명을 듣던 중 오후 3시가 되자, 에프피에스오 옆에 설치된 작업용 엘리베이터 앞이 갑자기 북새통으로 변했다. 선박 속 깊숙한 곳에서 일하던 조선 노동자들이 맑은 공기를 맡는 시간이다. 이 날 이 플랜트에 투입된 작업인원만도 2500명. 건물 10층 높이의 배에서 점심이나 휴식시간 때 땅으로 내려오는 방법은 엘리베이터 밖에 없다.
이병태 부장은 “배에선 담배를 피울 수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이 때 바삐 움직여야 담배도 필 수 있다. 공정 관리자의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가 배에 드나드는 인원의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만큼 이 배 하나가 있음으로 해서 조선 기술자 수천명의 일자리가 지켜지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전세계 대부분의 조선소가 불황으로 인해 구조조정을 당하는 것과 달리 한국 조선소가 건재한 이유는 이처럼 해양플랜트 때문이다. 특히 에프피에스오는 현재 한국의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빅3’가 수주를 휩쓸고 있다. 기술격차 탓에 중국도 향후 5~10년간 넘보지 못할 확실한 ‘미래 먹거리’다. 이석오 부장은 “에프피에스오는 한국 조선업이 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누가 이것을 더 잘 짓느냐에 따라 조선소의 순위가 뒤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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