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의 경제산책
매주 일요일 진한 화장을 한 갸루상이 외친다. “저는 사람이 아니무니다”. 시청자들은 멘붕에 빠지고 한바탕 웃고 만다. 하긴 생활의 피곤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데 웃음만큼 좋은 약이 또 있던가.
그런데 얼마 전 이 <개그콘서트> 프로그램 녹화가 진행되지 못할 뻔했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연기자들의 한국방송(KBS)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비판하며 간판 드라마와 개그프로의 촬영장을 점거하려 했던 것이다. 이들은 외주제작사들의 파산으로 출연료를 받지 못했는데, 퇴직자들을 챙겨주고 제작단가를 줄이기 위해 방송사가 경험 없는 신생 제작사와 덤핑계약을 맺은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연기하는 대한민국 노동자다’라는 펼침막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원로 연기자들의 모습은 낯설기까지 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문화예술인들, 특히 단역배우와 스태프들의 생활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인 노동자의 열악한 권리와 불공정한 노사관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부당한 대우와 차별에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우리 곁에 얼마나 많은가. 선거철에도 답답하기만 한 몇몇 노동자들은 추운 겨울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철탑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불공정한 노사관계가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연구들이 있지만, 최근에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연구들이 발전되고 있다.
독일 본대학의 폴크 교수 등은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이들은 열심히 노동하려는 의욕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것을 뇌파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통해 보여주었다.
또한 노사관계와 유사한 환경을 사용한 한 실험경제학 연구는 어떤 조건에서 사용자가 노동자를 덜 착취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관계가 오래 반복되는 경우, 사용자가 평판에 신경쓰는 경우, 그리고 강한 노조가 있거나 노동자에게 실업보험과 같은 외부 옵션이 있는 경우에 사용자가 노동자와 더 협력했다. 단기로 고용되는 비정규직이 너무 많고, 노조와 복지는 너무 모자란 우리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공인인 연기자들이 노동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이들의 싸움이 우리의 노동 현실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촬영 거부에 들어간 연기자들은 개그콘서트의 출연료 문제도 언급하고 나섰다.
열받은 갸루상이 정신 차리고 이렇게 외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노동자는 사람이 아니무니까?”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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