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루한 박스권 장세에
주식 거래 대금 1년새 2조 빠져
주택매매 2006년 견줘 반토막
예금도 3%대…사실상 ‘제로금리’
부유층 돈 굴릴 데 없고
부동산값 하락 직격탄 맞은
중산층은 빚 갚기 바빠
주식 거래 대금 1년새 2조 빠져
주택매매 2006년 견줘 반토막
예금도 3%대…사실상 ‘제로금리’
부유층 돈 굴릴 데 없고
부동산값 하락 직격탄 맞은
중산층은 빚 갚기 바빠
‘재테크’ 시장이 얼어붙었다. 예금, 부동산, 주식 등 3대 재테크 수단이 모두 수렁에 빠졌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면서 당분간은 과거와 같은 두자릿수 투자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주식·부동산·예금 모두 스톱 28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주식거래대금은 2004년 2조2321억원에서 점점 높아져 지난해에는 6조8631억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올해 들어 거래대금은 4조8184억원(지난 27일까지 일평균)으로 주저앉았다. 이는 주식시장에 신규 투자자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코스피가 1800~2000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지루한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펀드 투자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주식형펀드 잔액은 2008년 5월 130조100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26일 현재 88조8635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전체 펀드 규모도 2008년말 232조9308억원에서 26일 207조4378억원으로 감소했다.
부동산시장 역시 2009년 반짝 상승 뒤 지금까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격도 하락세지만 거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2006년 12만2134건까지 올라갔던 주택매매 거래량(10월 기준)은 지난달 6만6400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3%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국민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국민수퍼정기예금)의 금리는 28일 기준 3.22%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였다는 점과 이자소득세(15.4%) 공제를 생각하면 사실상 1%대 수익이다. 초저금리 여파로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의 정기예금 잔액은 9월말 373조7613억원에서 10월말 368조3480억원으로 5조4133억원이 줄어들었다.
■ 부자들은 관망하고 중산층은 돈이 없고 국내 자산시장 역사에서 부동산시장 침체, 주식시장 정체, 초저금리라는 3대 악조건이 겹친 시기를 찾기는 쉽지 않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10%대 고금리 시대였고, 이후 금리가 낮아지자 주식과 부동산시장의 붐이 번갈아가며 일어났다. 김학균 케이디비(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동시 부진을 보인 시기는 외환위기 때 정도”라며 “외환위기 때는 일종의 ‘쇼크 상태’였다면, 지금은 잔펀치를 계속 맞아 상처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의 가장 근본적 이유는 당분간 국내외 경제성장세는 미약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외부적으로는 미국과 유럽의 국가부채 문제와 중국의 성장둔화가 겹쳐 있고, 내부적으로는 부동산가격 하락과 가계부채 문제가 부담이다.
미래에셋증권에서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업무를 하는 WM그랜드인터컨티넨탈 지점의 최철식 부장은 “예금금리는 너무 낮은데다 주식시장은 불투명하고 부동산은 어두운 전망이 많아서 고객분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득은 정체되고 이전에 받았던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커지면서 투자여력이 줄어든 상태다. 강옥환 엔에이치(NH)농협증권 영업부 차장은 “지금 중산층·서민들은 현금은 없고 빚만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역자산 효과’도 중산층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 재테크 시대 끝? ‘재테크 암흑기’가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자산 디플레이션’ (자산가격 하락이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1990년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20여년 동안 주가와 부동산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금리는 0~1%대에 머물렀다. 지난 9~10월 개인자산가들 사이에서 3% 금리의 국채 30년물이 큰 인기를 끈 것도 이런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철식 부장은 “일부 증권사에서 국채 30년물을 팔 때 ‘우리도 일본처럼 가면 금리가 더 낮아질 텐데 향후 30년 동안 3%의 이자만 받아도 괜찮은 수익률’이라는 식으로 마케팅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은 우리나라와 경제구조(내수 중심)와 경제규모(세계 3위) 등이 완전히 다르다”며 “우리나라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정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환위기 전에는 금리가 10%대였기 때문에 굳이 재테크를 할 필요가 없었는데,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금리도 하락하면서 불안한 중산층이 너도나도 재테크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부동산, 주식, 채권 등 모든 자산이 수익을 내기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저성장·저금리 추세에 맞추어 투자수익률에 대한 기대를 낮추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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