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동아리 지원에 직원들 신바람…이직률 ‘뚝’ 매출은 ‘쑥’

등록 2012-11-28 14:05

중소기업 문화경영 활성화 호응
애사심 늘고 의사소통 활발해져
중기청, 업체당 최대 300만원 제공
적막이 흐르는 수십개 책상을 지나 가장 안쪽에 있는 문을 열자 ‘삐비비~삐’ 소리가 귀를 깨웠다. 바이올린, 플루트 등을 든 7명의 여직원들 사이에선 연신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게 많이 연습한다고 금방 되는 게 아니더라니깐.” 신지원 팀장의 말에 바이올린 동아리 회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16일 낮 서울 상암동디엠시 첨단산업센터 내 ‘문화경영’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 에코프론티어를 찾았다. 약속시간에 20분 늦은 탓에 사진 촬영을 위해 모여 있던 동아리 회원들은 그새를 못 참고 연습을 하고 있었다. 바이올린을 든 안미연씨는 “근무시간이긴 하지만 이렇게 짬이 생기면 악기를 손에서 못 놓죠”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저녁식사를 마친 뒤 모여서 연습을 한다. 이영은 동아리 회장은 “연습 뒤엔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야근을 해야 하지만, 대부분이 꼭 참석한다. 회사 내에서 스트레스를 털고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이 2011년부터 시작한 ‘문화경영 활성화 사업’이 중소기업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동아리 지원과 찾아가는 공연으로 구성된 이 사업은 업체당 최대 300만원의 비용을 지원해 중소기업 직원들에게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만족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경쟁력까지 높이는 ‘1석2조’의 효과를 노리는 사업이다.

오주현 에코프론티어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우리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급여보다 환경 관련 일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입사를 했다. 그래도 업무를 하다 보면 이런 ‘초심’을 잃기 쉬운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만족감도 키우고 봉사활동도 한다면 회사는 더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이 약 100명인 이 회사엔 바이올린 뿐만 아니라 밴드, 사진 동아리가 구성돼 있다. 이영은씨는 “아직 손가락이 마비될 정도로 연습을 못해 보여줄 실력이 안 되지만, 나중엔 양로원 등을 찾아 공연을 할 것”이라며 웃었다. 내부 결속력도 더 높아졌다. 오 팀장은 “사업을 벌여나갈 때 회사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었지만, 동아리 활성화를 통해 사내 소통을 넓히는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에코프론티어는 지속가능경영 컨설팅에서 시작해 현재 신재생에너지 국외개발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항공 관련 기업인 ‘인스타’ 역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사내 소통이 넓혀지는 효과를 봤다고 했다. 이 회사 직원 13명은 지난해 논의를 통해 사진 동아리에 모두 가입했다. 강사를 초청해 사진기 다루는 법도 배우고 직원 모두 단체로 온종일 사진촬영도 나갔다고 한다. 염도호 부장은 “사장님이 찍은 엉망이거나 재미있는 사진을 가지고도 격의없이 품평을 하다 보니 서로 더 편안해졌고, 전에는 딱딱하던 업무 분위기가 이젠 상사의 지시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눌 정도로 부드러워졌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실제 중소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일반기업 직원의 56%가 ‘회사를 떠나 다른 직장을 찾고 싶다’고 했지만, 문화경영을 도입한 기업의 직원들은 29%만 ‘떠나고 싶다’고 했다. 중소기업 한일프로텍의 경우, 문화예술 동호회가 활성화된 뒤 평균 근속연수가 2010년 3년에서 2011년 5년으로 늘었다고 한다. ‘문화경영’이 이직률이 높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타개할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주 역시 만족스럽다는 평가다. 수중펌프 전문 중소기업인 하지공업의 안태상 대표는 “독서경영도 해봤는데 직원들이 나중에 스트레스만 받더라. 문화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니 직원들이 거부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공업은 ‘찾아가는 공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창립 기념식 때 남성합창단과 목관5중주를 초청해 공연을 했다. 안 대표는 “영업직원들이 대화의 소재도 많아지고, 무엇보다 직원들이 온화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완 기자 wan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안철수의 진심 잊지 않겠다” 문재인 ‘안 지지층 껴안기’ 정성
‘26년’ 본 5·18 생존자들…관객석에선 “쏴!”
‘도가니’ 피해자 또 나와서 진술하라고?
박근혜쪽 ‘TV 양자토론’ 줄줄이 거부
박-문 ‘TV광고 맞대결’ 시작됐다
히딩크 은퇴 선언 “이번 시즌이 마지막”
[화보] 박근혜-문재인 첫 유세 하던 날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